이한주, '빅토리'를 통해 처음 느낀 것 [인터뷰]
배우 이한주에게 영화 '빅토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준 작품이다. 치어리딩, 한국 무용은 물론 또래 배우들과 호흡하며 현장의 즐거움도 느꼈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그는 이 경험을 발판 삼아 관객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빅토리'(감독 박범수)는 1999년 세기말 거제를 배경으로 춤만이 전부였던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9명의 멤버들이 모여 탄생한 밀레니엄 걸즈는 치형(이정하)의 거제상고 축구부를 위한 치어리딩 공연을 시작으로, 응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게 된다. 이한주가 연기한 유리는 밀레니엄 걸즈 멤버다.
이한주는 오디션을 통해 '빅토리'에 합류하게 됐다. 2022년 겨울, tvN '구경이'에 출연한 그를 좋게 본 제작진이 오디션 기회를 준 것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오디션을 봤고, 최종적으로 유리 역을 맡게 됐다.
"감독님과 최종 미팅을 하고 내려갔는데, 10분 만에 '다시 올라올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어요. 제가 유리로 합류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대본을 품에 안고 집에 가는데, 정말 기뻤어요. 이런 청춘물을 제 나이에 찍을 수 있다는 게 행복했습니다."
극중 유리는 밀레니엄 걸즈를 뽑는 오디션장에 한복을 입고 한국무용을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한주는 이 장면을 위해 한국무용을 정식으로 배웠고, 30초짜리 안무를 받았다고. 유리는 박치인 설정으로 춤선이 예뻐서 밀레니엄 걸즈에 추가합격으로 합류하는데, 이한주는 이런 유리의 캐릭터를 해당 장면을 통해 보여줬다.
"처음에는 정식 한국무용에 박자만 못타는 설정이었어요. 제가 이 장면에서 뭘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입 박자를 세는 걸 넣었어요. 조금 더 임팩트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현장에서 처음 입 박자를 셌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내가 생각했던 게 잘 먹혀서 뿌듯했죠. 엉뚱하게 보이기 위해 한복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화장도 엉성하게 했어요."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치어리딩 장면이다. 밀레니엄 걸즈가 훈련 끝에 치어리딩을 해내면서 빛나는 청춘의 성장을 보여준다. 치어리딩 연습은 약 6개월 진행됐다. 이한주는 마지막에 합류한 만큼,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치어리딩은 유산소 그 자체예요. 춤에 강약 조절이 있다면, 치어리딩은 무조건 강하게 하는 거죠. 계속 뛰어야 되는데, 발 뒷꿈치가 엉덩이에 닿아야 돼요. 피지컬 팀이 따로 있어서 중간중간 체력 관리하면서 연습과 촬영에 임했습니다. 치어리딩 장면은 일주일 정도 잡고 찍었는데, 쉬는 날 우리끼리 연습하고 리허설도 해봤어요. 그렇게 고생해서 찍은 영상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죠."
작품으 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2001년생인 이한주는 경험해 보지 않은 시절이다. 그는 세기말 감성에 녹아들기 위해 다양한 소품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 보는 삐삐, 투박한 휴대폰, DDR 등은 이한주를 그때 그 시절로 초대하기 충분했다.
"그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비주얼에도 신경 썼어요. 메이크업을 거의 안했고, 머리는 양갈래로 땋아서 방울 머리끈을 했죠. 방울 머리끈은 그 시절 아이템이잖아요. 또 거제도가 배경이라 조금 탄 느낌을 주기 위해 두 톤 정도 다운해서 메이크업을 했어요. 그 외에는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은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한주는 밀레니엄 걸즈 멤버들에게서 자매애를 느꼈다고 회상하며 서로 챙기면서 연기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은 이한주를 연기자로서도 한층 성장하게 만들었다.
"세완 언니는 후배들을 정말 잘 챙겨요. '나도 잘 모르지만 이런 부분들은 참고해서 같이 한 번 해볼까?'라고 말하죠. 저도 나중에 세완 언니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멤버들도 서로 자기거 챙기기 급급한 게 아니라, 서로 배려하면서 촬영했어요. 저도 덩달아 힘이 났습니다.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이한주가 배우를 꿈꾸게 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당시 투니버스 어린이 프로그램 '막이래쇼'에 시청자 캠프로 참여하게 된 그는 처음 접한 촬영 현장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워오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고 연기학원에 등록했다.
"선배님들 아역을 조금씩 해오다가 입시해서 예고를 가고, 대학교를 연기 전공으로 갔어요.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대학교 이후부터죠. 전 사람으로서도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현장에서는 다같이 만들잖아요. 사람들을 잘 챙기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연기적으로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라는 수식어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제가 '빅토리'에서는 밝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제 안에는 진중한 면도 있고, 차분한 모습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꼭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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