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흉기난동범’ 모방 10대 살인미수범, 2심도 실형

이른바 ’신림역 칼부림 주범’ 범행을 모방해 길거리에서 여중생들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계획한 10대 소년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뉴스1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모(17)군에게 징역 장기 5년·단기 3년을 선고했다. 지난 2월 1심이 선고한 징역 장기 6년·단기 4년 판결을 파기하고 감경했다.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형을 선고하는데, 이는 소년범의 교화를 위해 수형 성적에 따라 형을 탄력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재판부는 “황군이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을 동경해 일면식도 없는 어린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선택해 인적 드문 공원에서 칼로 찌르려다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범행 동기와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각 범행을 자의로 중지함으로써 미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군은 현재 17세의 소년으로 사회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라며 “황군의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 앞으로 피고인을 올바르게 계도하고 피고인의 치료 및 교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등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된 성행을 개선하고 장래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황군은 지난해 10월 1일 오후 6시쯤 서울 서초구 한 공원 인근에서 여중생 2명을 따라가 이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경남 창원에 살던 황군은 집에 보관하고 있던 흉기와 둔기를 소지한 채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해 관악구 신림동으로 가려고 했으나 남부터미널 일대를 배회하다 버스를 탄 뒤 눈에 띈 동승객 여중생들을 뒤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황군은 이들의 뒤를 몰래 따라가 피해자 1명을 찌르려는 순간 후회감이 들어 범행을 단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피해자는 달아났고, 황군은 함께 있던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꺼져”라며 쫓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황군은 지난해 7월 21일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4명의 사상자(1명 사망·3명 부상)를 낸 조선(34)의 범행 동영상을 본 뒤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평소 폭력성이 강한 게임 등을 즐겨하던 그는 자신을 영화 ‘배트맨’의 악역 ‘조커’와 같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선의 범행을 보고 그를 ‘강한 사람’ ‘멋있는 사람’으로 추종해 누군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황군 측이 2심 판단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하며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