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기업인 차별 없애고 경영 지원도 적극 나서야죠”

최상원 기자 2024. 9. 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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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초대회장 압둘 자바르 베이
압둘 자바르 베이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초대회장. 최상원 기자

“한국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기업을 키웠습니다.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이제는 이주기업인도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맨 앞에 서겠습니다. 한국과 모국 모두에 도움되는 한국이주기업인협회가 되겠습니다.”

국내 첫 이주민 기업가 전국협의체인 한국이주기업인협회(이하 협회)가 지난 28일 경남 창원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파키스탄 출신 기업인 압둘 자바르 베이(61·사진) 마샬라 트레이딩 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초대회장으로 선출했다. 이 자리에는 나빌 무니르 주한 파키스탄 대사 등 200여명이 참석해 협회 창립과 압둘 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협회에는 베트남·중국·파키스탄·스리랑카·몽골·우즈베키스탄·러시아·방글라데시·미얀마·이집트·파라과이 등 11개국 124명이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모두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외국인 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이다. 임원진은 회장 1명과 부회장 7명으로 구성했다. 경남 창원에 협회본부를 설치하고, 서울·인천 등에 지부를 두기로 했다.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임원진이 협회 깃발을 앞세우고 창립총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최상원 기자
압둘 자바르 베이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초대회장이 협회 깃발을 흔들며 협회 창립을 선언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압둘 회장은 1998년 한국에 와서, 2000년 10월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중고컴퓨터·안경·섬유 등을 파키스탄에 수출하다 현재는 헌옷을 수선해서 수출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수출국가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0여개국으로 늘었다. 경기 고양에 본사를 두고, 고양과 경북 성주, 경남 양산 등 3개 공장을 운영하는데, 연간 수출액이 40억원에 이른다.

그는 “이주기업인도 한국기업인처럼 세금 내고, 한국인 고용 창출을 하고,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한국기업인과 달리 차별 대우를 받는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사업을 접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협회는 이주기업인에 대한 차별 철폐와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협회는 이주기업인 권익을 대변하는 국내 유일 단체로서, 이주기업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이주기업인의 경영활동 지원, 대정부 정책 건의 등을 통해 이주기업인이 한국에서 내국인과 차별 없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경남 창원에서 창립식
베트남·중국 등 11개국 124명 회원
‘이주기업인 권익 대변 유일 단체’
“모국 바이어 불러 ‘수출상담축제’도”

98년 한국 와 2000년 회사 설립
공장 세곳 운영에 연 수출 40억원

압둘 회장은 또 “협회 규모를 빠르게 키우면서, 모국의 바이어를 한국으로 초청해서 수출 상담축제를 여는 등 모국과 한국 사이의 교류를 활발히 추진할 생각”이라며 “한국인들로부터 이주기업인들이 사업을 잘하더라는 말을 듣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나라마다 필요한 것, 잘하는 것이 제각각이다.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면 이런 것을 해결할 수 있는지 한국 정부가 협회에 알려준다면, 이주기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며, 협회 역시 한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주민은 지난해 말 기준 7565명이다. 출신 지역은 아시아 5862명, 유럽 792명, 아프리카 449명, 북아메리카 377명, 오세아니아 52명, 남아메리카 33명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 1692명, 일본 1633명, 파키스탄 362명, 미국 336명, 인도 260명 등 순이었다. 기업체 소재지는 서울 2936명, 경기 1618명, 인천 1248명 등 수도권이 대부분이고, 부산(252명)과 경남(229명)이 뒤를 이었다.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체류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1만77명으로 전체 등록외국인 250만7584명의 0.4%에 이른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까지 합하면 기업을 운영하거나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이주민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기업인들은 세금을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대한민국과 지역사회에 공헌하지만 사업 정보 부족,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등 대우, 외국인 관련 미흡한 제도 등 장벽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이주기업인 25명이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센터에 모여서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협회 고문을 맡은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외국인이 살기 좋은 사회라면, 당연히 내국인도 살기 좋은 사회일 것”이라며 “이미 우리나라는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제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 섞인 인식을 버려야 한다. 우리 곁에 함께 사는 이웃이자 일원으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최충경 경상남도 사회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은 “불과 몇십년 전 많은 한국인이 미국 등 외국으로 나가서 꿈을 이룬 것처럼, 이제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바란다. 이주기업인들이 한국과 모국 모두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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