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간 소키예프, 음악으로 그린 '두 개의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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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민족성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소련에서 나고 자라 프랑스에서 음악을 배운 지휘자 투간 소키예프는 섬세하면서도 장대한 서사시를 들려줬다.
러시아 출신인 소키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음악원에서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일리야 무신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두 극장의 음악감독을 맡은 소키예프는 이 곡을 오페라처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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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에서 프로코피예프까지
프랑스·러시아곡 레퍼토리 구성
예술은 민족성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역사적 맥락이 문학과 노래에 녹아들어 있어서다. 절대왕정을 거친 프랑스 예술가는 화려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노래하고, 시베리아 벌판에서 삶을 탐구한 러시아 예술가는 웅장한 서사에 집중한다. 소련에서 나고 자라 프랑스에서 음악을 배운 지휘자 투간 소키예프는 섬세하면서도 장대한 서사시를 들려줬다.
소키예프는 지난달 29~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데뷔 무대를 통해 프랑스와 러시아의 예술성을 엮어냈다. 공연 구성부터 남달랐다. 프랑스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골랐다.
소키예프는 첫 곡으로 클로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선택했다. 협연곡으로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들려줬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협연을 맡았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으로는 러시아의 거장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가 쓰고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관현악단 버전으로 편곡한 ‘전람회의 그림’을 선보였다. 프랑스 음악과 러시아 음악을 섭렵한 자신감이 드러난 선곡이다.
소키예프는 이번 공연에 자기 삶을 투영한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 출신인 소키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음악원에서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일리야 무신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2005년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에서 수석지휘자를 지낸 뒤 2008년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자신이 청춘을 보낸 프랑스를 첫 곡으로 내세웠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프랑스 레퍼토리 특유의 몽환적이고 세련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페라 무대와 관현악곡을 섭렵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2014년 고국의 볼쇼이극장 음악감독을 겸임했다. 승승장구하던 소키예프는 2022년 인생이 뒤바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공연계에서 집중포화를 받았다. 전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는 두 극장 음악감독 자리를 모두 내려놨다.
소키예프는 마지막 곡에서 역량을 모두 쏟아냈다. 무소륵스키 특유의 장대한 선율과 라벨의 섬세한 편곡을 무대에서 재현해 냈다. 두 극장의 음악감독을 맡은 소키예프는 이 곡을 오페라처럼 연주했다.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를 오페라의 주·조연처럼 활용했다. 현악기 연주자들은 합창단의 코러스처럼 음량을 조절하며 관객의 관심이 한곳에 쏠리게 연출했다. 소키예프가 공연 전부터 의도한 ‘통일성과 구조’를 드러내려는 취지였다. 그는 서울시향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이 곡은 모든 악장이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지만,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10개 악장으로 구성된 ‘전람회의 그림’을 하나의 극음악처럼 들리게 했다.
다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휘법이었다. 모든 악기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사용하는 지휘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다소 답답했을 듯하다. 특정 악기를 오페라 성악가처럼 활용하다 보니 주선율을 연주하는 악기가 바뀔 때마다 템포가 끊겼다. 마치 오페라에서 성악가가 노래를 끝낸 뒤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 것과 같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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