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못하게 괴롭혀"…日 '사직 대행 전문가' 고용 급증

방성훈 2024. 9. 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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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사직 전문가'를 고용해 회사를 그만두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높은 근무 강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사직서를 제출해도 상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직장을 계속 다니도록 묶어두고 괴롭히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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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근무·건강 악화에도 꼰대 상사가 퇴사 막아
팬데믹 이후 애사심 약화…소심 직장인 사직 수요↑
"사직서 내도 안받아줘"…'평생 직장' 기업문화 탓
"집 찾아와 초인종 테러…저주 탓하며 절 끌고가기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에서 ‘사직 전문가’를 고용해 회사를 그만두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높은 근무 강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사직서를 제출해도 상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직장을 계속 다니도록 묶어두고 괴롭히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어서다.

일본 직장인들이 출근시간 지하철에 탑승하는 모습.(사진=AFP)

유키 와타나베(24)는 3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일본 최대 통신·전자 지불결제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를 떠올리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일 12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했다. 오후 11시까지 일한 적도 많다. (오래 앉아 있어) 다리가 떨리고 위장에도 문제가 생겼다. 건강 때문에라도 그만둬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악명 높은 일본의 ‘상향식 업무 보고’ 문화가 퇴사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일본에선 한 번 입사하면 평생 직장으로 여기는 기업문화가 팽배해 퇴사는 무례한 일로 간주된다고 CNN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직하려 해도 다른 회사에서 좋은 평판을 받기 힘들 수 있고, 같은 이유로 장래 커리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유키는 “정시 퇴근은 물론 휴가를 내는 것조차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특히 사직서를 제출하는 게 가장 까다로웠다”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상사가 사직서를 찢어버리고 퇴사하려는 직원을 회사에 남도록 강요한 뒤 괴롭히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유키 역시 위협적인 상사 밑에서 일하는 바람에 자주 무시를 당했지만 사임은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사직 전문 대행 기관인 ‘모무리’(Momuri·더는 무리)를 소개했다.

비용은 정규직 2만 2000엔(약 20만 1600원), 파트타임 1만 2000엔(약 11만원)으로 유키는 “호화로운 한끼 저녁 식사 값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사직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직 전문 대행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하긴 했지만, 인기가 높아진 건 팬데믹 이후다. 재택근무로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나 애사심이 대폭 약화했기 때문이다. CNN은 팬데믹은 많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커리어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모무리 역시 팬데믹 이후인 2022년 설립됐다. 관련 산업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모무리 관계자는 CNN에 “작년 한 해 동안 1만 1000건의 의뢰가 있었다”며 전년보다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모무리는 회사와 퇴사 협상을 진행하며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엔 변호사를 알선해준다. 주요 고객은 대부분이 ‘꼰대’ 상사를 둔 소심남·소심녀로 알려져 있으며 젊은 세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모무리 관계자는 “울면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어떤 고객은 상사로부터 사직서를 세 번이나 찢기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절을 했는데도 고용주가 그만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우리에게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직원이 그만두지 못하게 하려고 상사가 집까지 찾아와 반복적으로 초인종을 누르며 괴롭히는가 하면, 저주받아서 퇴사하려는 것이라며 직원을 교토에 있는 한 사찰로 끌고 간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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