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고무줄예산, 국제과학계 신뢰 못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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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미과학자대회(UKC) 2024에서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대학의 공대 학장들이 R&D 국제협력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박 학장은 "한국과 국제 협력을 하자고 미국을 설득할 때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학장은 "국제 협력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윈윈'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대 간 국제 협력은 빠른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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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야 줄인 '제로섬' 불과
해외대학·기관 지불하는 비용
정부가 적정선 제시해줘야
본인인증제·한글지원서 등
낡은 시스템·관행도 개선필요
"한국하고 국제협력 연구개발(R&D)을 하려면 너무 장애물이 많아요. 시스템에서 연구 지원을 신청하려고 하면 본인 인증부터 막힙니다. 연구 지원서도 한글로만 써야 해요."(박아형 미 UCLA 공대 학장)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미과학자대회(UKC) 2024에서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대학의 공대 학장들이 R&D 국제협력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과 박아형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새뮤얼리공대 학장이 만나 대담을 나눴다. 두 학장은 국제 협력이 필수라는 데 생각을 같이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정책 추진 및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 학장은 먼저 본인인증제, 한국어 연구지원서와 같은 한국의 낡은 공동 연구 제도·인프라부터 선진화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UCLA 교수들도 이런 점들 때문에 국제 협력을 포기했다"며 "한국의 국제 협력은 재미동포랑만 하는 건가.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들도 다 끌고 와서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루자는 것 아니었나"라고 꼬집었다.
최근 문제가 된 고무줄 R&D 예산도 국제 과학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지목했다. 박 학장은 "다른 분야 R&D 예산을 삭감해 국제 협력 예산을 채우는 '제로섬(zero-sum)' 게임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뢰가 중요한 국제 협력에서 제로섬 게임을 기반으로 한, 한순간에 좌지우지되는 예산 운용은 과학계 커뮤니티에 믿음을 줄 수 없다는 의미다. 박 학장은 "한국과 국제 협력을 하자고 미국을 설득할 때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타 분야 R&D 예산을 삭감해 국제 협력 예산을 늘렸다. 올해 R&D 예산이 2023년 대비 5조2000억원 감축된 가운데, 글로벌 R&D 예산은 전년도 약 5000억원에서 약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내년도 예산 역시 약 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이렇게 급격하게 예산이 늘고 여러 신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부의 준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연구 현장에서 제기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주요 국제 협력 사업으로 추진 중인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는 '오버헤드(간접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간접비는 연구자가 따온 연구비 중 기관이 징수하는 비용이다. 기관이 임차료나 전기요금,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한다.
한국 연구자들은 미국 하버드대나 존스홉킨스대 등 여러 명문대와 국제 협력을 추진하려 하지만 대학별로 상이하고 평균적으로 높은 간접비 기준이 공동 연구 협약 체결을 막고 있다.
박 학장은 "펀딩 에이전시(돈을 주는 기관)인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간접비 비율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면 끝나는 일"이라며 "미국 내 펀딩 에이전시들도 여러 기관과 그렇게 일해 왔다. 한국이 몰라서 이렇게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한국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김 학장이나 박 학장처럼 리더십 레벨에 있는 인사들이 국제 협력을 추진하기도 용이하다. 이 밖에 미비한 국제화 연구 시스템·국제 협력 추진 분야 평가 기준 등의 문제도 제기했다.
다만 해외 연구자들 입장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라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했다. 박 학장은 "UCLA 총장도 늘 한국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며 "연구자들은 한국과 굉장히 협력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두 학장은 지금이 국제 협력을 추진하기에 적기라고도 설명했다. 한인 여성 최초로 미국 메이저 공대 학장에 선임된 박 학장처럼 리더십 레벨에 이른 해외 한인 과학기술인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공대와 UCLA 공대는 탄소중립 등의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학장은 "국제 협력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윈윈'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대 간 국제 협력은 빠른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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