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도 가계대출 8조원↑…DSR 규제 강화로 9월 변곡점 될까?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8조3000억원 이상 불어나며 역대급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출 한도를 줄이기 직전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한도·만기 축소, 전세대출 제한 등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 관리 조치를 연달아 내놨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1일 시행되고, 우리은행은 주택 보유자의 추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제한하기로 하는 등 은행권의 조치로 이달 중 가계대출 추세가 반전될지 주목된다.

지난 8월 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617억원으로 지난 7월 말보다 8조3234억원 증가했다. 2021년 4월(9조2255억원)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은 7조3234억원 불었다. 30~31일이 포함한다면 지난달 증가 폭은 역대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 7월(7조597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전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DSR 규제 강화를 비롯한 한도 제한이 주담대 수요를 감소시키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지다. 이날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DSR 산출 시에는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는 0.75%포인트,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에는 1.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연소득 6000만원인 차주의 경우 주담대(30년 만기, 변동금리 4.0%) 한도가 수도권 최대 5500만원, 비수도권은 3500만원 가량 깎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달 5대 은행이 내놓은 금리 인상 등 대출 억제 조치들은 약간이나마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23일까지 7월 말 대비 6조8171억원 늘어나며 급증세를 이어갔지만, 마지막 주인 24~29일 증가폭은 5063억원으로 줄었다. 일평균 증가폭도 2964억원에서 843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한 채라도 주택을 소유했다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전세자금대출과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초강수’를 둔 셈이다. 주담대 만기도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다. 앞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역시 주담대 만기를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거나, 생활안전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한도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와 시중은행의 자체적인 대출 한도 축소가 2금융권 풍선효과로 이어지는지 점검에 나선다. 2금융권은 DSR 규제 한도가 50%로 은행권보다 여유로운 데다, 금리 인상이나 만기 축소 등 대출 억제 조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주부터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보험업권의 가계대출 증감 추이를 일일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