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대 ‘염정아’ 대 ‘염정아’

허진무 기자 2024. 9. 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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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예능 종횡무진 활약하는 34년차 배우 염정아
배우 염정아는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에선 열혈 형사,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선 부패 정치인,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에선 ‘큰 손’ 맏이 역할로 장르를 넘나들며 변신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tvN 제공
배우 염정아는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에서 열혈 형사를 연기하며 총격 액션을 선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거침없는 차량 추격전과 총격 액션을 선보이는 열혈 형사(넷플릭스 영화 <크로스>), 잇속이 우선인 속물 정치인(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 푸근하고 통 큰 맏언니(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 올 여름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활약 중인 배우 염정아(52)의 얼굴들이다. 50대 중년 여성 배우의 설 자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적 통념이지만 그의 활동 반경을 보면 이는 단순한 편견일 뿐이다. 데뷔 34년차인 그의 연기력과 예능감은 그 어느 때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크로스>에서 그가 맡은 강력범죄수사대 형사 ‘강미선’은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빛나는 사격 고수다. 화려한 총격 액션을 선보이는 것은 필수. 그의 액션 연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영화 <밀수>에선 수중 액션을, 올초 <외계+인 2부>에서도 무술 액션을 선보였다. 스스로 보기에 ‘몸치’이지만 그래도 고강도 액션에 거침없이 도전해 왔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염정아는 “아직도 몸치이긴 하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액션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이번에 열심히 구르고 쐈죠. ‘물 공포증 있던 내가 <밀수>에선 물에도 들어갔는데 이걸 못 하겠냐’는 마음으로 했어요. 액션 연기는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자는 생각이에요. 아직 몇 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크로스>는 넷플릭스가 지난달 9일 공개한 직후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 글로벌 영화 부문 8위를 차지했다. 국군정보사령부 특수요원으로 활동했던 과거를 숨긴 전업주부 남편을 연기한 황정민과 처음 호흡을 맞춰 중년 부부를 연기했다. “세계 8위라고 하니까 심장이 막 벌렁벌렁 뛰더라고요. 황정민 선배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가장 듣기 좋았어요. 제가 봐도 그림체(화면에 보이는 모습)가 비슷한 것 같아요.”

배우 염정아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선 부패 정치인을 연기하며 동물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배우 염정아는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에선 어촌 마을 생활을 하며 ‘큰 손’ 이미지를 확립했다. tvN 화면 갈무리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선 강간살인범을 이용해 정치적 잇속을 차리려는 부패 정치인 ‘안명자’로 출연했다. 줄담배를 피우며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인물이다. 수행비서가 부르는 선거운동 노래에 맞춰 촐싹대며 춤을 추거나 눈을 희번득거리며 날뛰는 동물적 모습은 드라마의 전체적 색깔을 바꾸며 웃음까지 유발한다. 그는 “안명자라는 캐릭터에 대해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을 많이 느꼈다”며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주근깨 분장도 하고, 갈색 컬러렌즈도 꼈다”고 말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언니네 산지직송>에선 안은진, 박준면, 덱스와 어촌 마을 생활을 하며 실제 남매 같은 매력을 보여준다. 동네 사람들을 위해 식혜 30통을 만드는 등 ‘큰 손’ 이미지로 푸근하고 든든한 맏언니 역할을 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반응이 좋아서 너무 감사해하고 행복해하고 있어요. 예능도 영화도 제 각오는 똑같이 ‘맡은 바 최선을 다하자’는 거예요.”

염정아의 전성기는 꾸준한 도전과 변신으로 준비된 것이었다. 그는 1991년 미스코리아 선에 선발된 뒤 그해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했다. 도회적인 외모 때문에 활동 초기 배역이 제한적이었지만 성실한 다작(多作)으로 캐릭터의 범위를 넓혀갔다. 70편이 넘는 영화·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서서히 그의 외모는 ‘한계’가 아닌 ‘개성’으로 바뀌었다. “도회적인 이미지는 30대 초반에 스스로 무너뜨렸어요. 제한적인 배역에 ‘그거라도 어디야, 하나라도 잘 하는 게 있으면 되지’라는 마음을 먹었어요. 그랬더니 더 많은 배역을 제안해 주시더라고요.”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의 섬뜩한 의붓어머니, 2004년 영화 <범죄의 재구성>의 유혹적인 사기꾼, 2011년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 재벌가 며느리 등은 그의 연기 인생의 뚜렷한 변곡점이 됐고 2018년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욕망에 들끓는 학부모 역할은 그의 전성기를 열었다. 현재는 김혜수, 전도연, 김희애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50대 여성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염정아는 “안 해봤던 걸 해 보는 건 재밌으니까 한다”며 “어디에 있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면서 삶의 균형을 잡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배우 34년이라면 어마어마한 것 같잖아요. 스스로 돌아보면 뭘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일했으면 좋겠어요.”

배우 염정아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선 부패 정치인을 연기하며 동물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배우 염정아는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에선 어촌 마을 생활을 하며 ‘큰 손’ 이미지를 확립했다. tvN 화면 갈무리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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