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부인’ 대신 ‘기시다 유코’... 日황실, 행사 명찰 바꾼다

김동현 기자 2024. 9. 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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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부속물 취급” 비판 잇따르자 결정
지난 4월 23일 도쿄 아카사카교엔에서 열린 황실 원유회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왼쪽에서 둘째) 일본 총리와 기시다 유코(맨 오른쪽) 여사. 기시다 총리 명찰엔 본명이 적힌 반면 유코 여사 명찰은 '기시다 후미오 부인'이라고 쓰였다./X(옛 트위터)

일본 황실이 올해 가을 원유회(園遊會·가든 파티)부터 참석자들의 명찰에 ‘부인’ ‘부군’과 같은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배우자의 명찰에 이름 대신 ‘기시다 후미오 부인’이라고 적는 식이었는데 앞으로는 ‘기시다 유코’라는 본인의 이름을 기재하겠다는 것이다.

나루히토 천황 부부는 매년 봄·가을 황실 소유지인 도쿄 아카사카교엔에서 원유회를 연다. 총리를 비롯한 내각 지도부와 중·참의원 의원들, 47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수장과 경제·문화·스포츠계 인사 등 2000여 명을 초청한다. 초청받은 이들의 명찰에 본명이 적히는 것과 달리 동석한 배우자는 ‘부인’ ‘부군’이란 호칭을 쓰는 것을 두고 그동안 지적이 계속됐다. 지난봄 원유회 당시 한 네티즌은 “일본 사회의 인권 의식이 의아하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다른 네티즌들도 “배우자를 부속물처럼 취급한다”며 동조했다. 야자와 쇼지 센슈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아사히신문에 지적했다.

일본 황실은 지난 4월 처음으로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했다. 이에 따라 같은 달에 열린 원유회 현장 사진들이 예년보다 활발하게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리면서 참석자들의 명찰도 네티즌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황실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궁내청은 당시 “(명찰 표기는) 전례에 따른 것으로, 언제부터 이렇게 쓰였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다양한 관점에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오는 10월 30일 주최하는 행사에서부터 이런 표기법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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