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 추락 미스터리, 동부전선 전황 악화... 궁지 몰린 젤렌스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9. 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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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4년 8월 4일 우크라이나 모처에서 우크라이나 공군 F-16 전투기를 배경으로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급습 성공으로 기세가 올랐던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동부전선에서의 전황 악화와 F-16 전투기의 추락에 따른 거센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 동부 전선의 러시아군이 연일 진격하며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하자 “쿠르스크 공격을 위해 동부 전선의 정예 병력을 빼낸 것이 악수(惡手)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지난달 26일 추락한 F-16의 ‘아군 미사일 피격설(說)’마저 확산하면서 공군 참모총장이 전격 해임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관영 매체는 31일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최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연일 진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30일 도네츠크에서 2곳과 하르키우에서 1곳의 마을을 점령하고 전날엔 도네츠크·루한스크에서 각각 1곳의 마을을 장악했다. 또 지난달 27~28일에도 도네츠크의 마을 2곳을 손에 넣었다. 나흘 새 최소 7개 마을을 점령한 셈이다.

그래픽=박상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공격에 몰두하는 사이 자국 동부전선에서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며 “군 수뇌부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쿠르스크를 공격하면 러시아가 동부전선의 병력을 대거 빼내 쿠르스크에 투입할 것이고, 이로 인해 동부전선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정치권과 군 내부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공격을 위해 동부전선 등에서 최소 1만명의 정예 병력을 빼낸 사이, 러시아는 최전선 부대는 그대로 두고 예비 부대를 주로 쿠르스크에 투입하면서 동부전선의 전력 균형이 오히려 더 악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동부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이 연일 밀리면서 전략적 요충지 ‘포크로우스크’마저 러시아군의 직접적 위협을 받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이곳은 도네츠크 지역의 핵심 철도망과 도로망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로, 우크라이나군의 병참 중심지다. FT는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 인근을 장악해 들어오자 우크라이나군 일부 병력이 방어 위치에서 퇴각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이곳을 잃을 경우 동부 전선의 보급망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F-16 전투기의 추락 원인을 둘러싼 논란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새벽 러시아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습이 벌어지자, 우크라이나 공군기들이 요격에 나섰다가 서방이 지원한 F-16 전투기 중 한 대가 추락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공군의 간판급 조종사 중 한 명인 올렉시 메스(31) 중령이 사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의 ‘오인 발사’가 원인이라는 징후가 있다”며 “군사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군의 오인 사격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미콜라 올레슈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이 지난달 30일 저녁 돌연 해임되면서 이러한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올레슈크 공군 사령관을 교체하기로 했다”며 “공군은 우리 국민과 전사(군인)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F-16 전투기 추락과 조종사 사망의 책임을 물어 공군 사령관을 해임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하원 국방위원회에선 “공군 부대 간 조율 부족으로 F-16이 패트리엇에 격추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올레슈크 총장은 “군 지도부를 불신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아군 방공 미사일에 피해를 입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2022년 11월에는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려 발사된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습 때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 미사일 파편이 자국 해군 경비정에 떨어져 병사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러나 “(같은 미국산 무기인) F-16을 패트리엇이 격추했다면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양쪽에 탑재된 피아 식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거나, 정보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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