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춤추듯… 전통춤의 경쾌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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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춤의 가장 모던하고 경쾌한 해석.
지난 29일부터 9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행 +-(행 플러스마이너스)'가 전통춤을 현대무용 기법으로 해체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립무용단과 한국 현대무용의 선구자로 꼽히는 안무가 안애순의 첫 협업작이자, 국립극장의 2024~2025시즌 개막작이다.
이 춤은 화문석(꽃문양 돗자리) 위에서만 췄기 때문에, 행렬을 맞춰선 무용수들은 화문석 그 자체 혹은 벗어날 수 없는 규범을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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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 소리 담은 '춘앵무'서
전자음악·힙합 섞은 안무로
장현수 등 단원들 실력 감탄
한국 춤의 가장 모던하고 경쾌한 해석. 지난 29일부터 9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행 +-(행 플러스마이너스)'가 전통춤을 현대무용 기법으로 해체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립무용단과 한국 현대무용의 선구자로 꼽히는 안무가 안애순의 첫 협업작이자, 국립극장의 2024~2025시즌 개막작이다.
행(行)은 '가로나 세로로 벌인 줄'이란 의미와 '행하다' '움직이다'는 의미를 동시에 품은 단어다. 1·2장으로 나뉜 총 70분의 공연은 정적인 세계에서 동적 세계로, 전통에서 현대로, 집단에서 개인으로, 규율에서 자유로 교차하며 나아간다.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 것인가, 어떻게 해체하고 다시 엮을 것인가 고민한 결과물이 무대에 펼쳐진다.
먼저 1장은 '줄'이란 뜻에 가까운, 정적인 세계를 그린다. 징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국립무용단 단원과 객원 등 무용수 43명이 제각기 흩어져 무대 위를 채우고 있다. 꾀꼬리 소리만이 들리는 이곳에 이윽고 새소리가 멎으면 규칙적인 메트로놈 소리만 흐른다. 무용수들은 어느덧 일곱 행의 대열을 맞춰 팔다리를 이용한 군무를 선보인다. 전통춤 '춘앵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춘앵무는 봄날 꾀꼬리 소리에 심취한 당 고종이 명해 창작됐고, 우리나라에선 조선 순조 때인 19세기에 만들어진 궁중무용 독무다. 이 춤은 화문석(꽃문양 돗자리) 위에서만 췄기 때문에, 행렬을 맞춰선 무용수들은 화문석 그 자체 혹은 벗어날 수 없는 규범을 은유한다. 무용수들은 자기 위치에 서 있으면서도 현란한 발동작으로 춤을 추다가, 조금씩 어긋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점차 동선을 바꿔가며 무대 위에 입체적으로 원과 선을 그려냈다. 비슷한 듯 모두 다른 의상은 집단 속의 개인을 시사했다.
이후 소리꾼 이승희가 무대에 등장해 '꾀꼬리'에 관한 노래를 부르는데, 음악이 범상치 않다. 전자음악 비트를 얹어 편곡했다. 2장에서 펼쳐질 현대적 움직임으로 가는 통로 역할이다. 2장은 아예 고정된 것이 없는, 더 자유로운 무대를 보여줬다. 흰옷만 입었던 무용수들은 조각보를 연상케 하는 색색의 다채로운 차림새였다. 마치 패션쇼장 런웨이에 나오듯 당당한 걸음걸이, 클럽에서 춤추듯 제각기 자유로운 표현으로 현란하게 춤을 췄다. 단원 개개인의 '춤꾼'다운 면모를 드러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 한가운데 수석무용수 장현수 단원의 움직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전통'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2장 후반부엔 경쾌한 비트와 함께 노년 여성의 목소리로 '거무야 거무야 왕거무야'로 시작하는 '거미타령'이 반복적으로 흐른다. 이 리듬에 따라 무용수들은 현란하게 무대를 휘젓는데, 장 단원은 그 화려함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움직였다. 마치 마당놀이를 하듯 자유로우면서도 기품이 묻어나는 몸짓이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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