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내민 손, 소통을 그렸죠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9. 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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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꽃밭에 어린아이처럼 귀여운 얼굴의 한 사람이 앉아 있다.

스즈키의 작품에는 주로 얼굴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목과 팔, 다리 등 신체는 길고 가늘게 표현된 사람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내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는 분들은 '예쁜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는 것 같다"며 "여러 장치가 있으니 자세히 살펴봐주셨으면 한다. 작품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작품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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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타카코 韓 첫 개인전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미지
작품 인물 정면 응시하면서
사람들에게 궁금증 일으켜
"관객들 이야기 끌어내고파"
10월 5일까지 아뜰리에 아키
스즈키 타카코 'Dropping with a twinkle'. 아뜰리에 아키

화려한 꽃밭에 어린아이처럼 귀여운 얼굴의 한 사람이 앉아 있다. 언뜻 동화적인 장면 같지만 어딘가 좀 이상하다. 잔혹 동화의 한 장면인 걸까. 눈에는 초점이 전혀 없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축 늘어진 몸은 힘겨워 보인다. 오른손은 자신의 또 다른 손인지, 다른 이의 손인지 알 수 없는 손을 맞잡고 있다. 한편에는 빨간 눈의 박쥐가 매달려 있다. 조금 전까지 아름답다고 느꼈던 빨간 꽃도 다시 보니 혹시 독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포스럽다. 일본의 신진 작가 스즈키 타카코(40)의 'Dropping with a twinkle'(2024)이다.

스즈키의 한국 첫 개인전 '당신의 빛나는 눈빛이 내 눈과 닿을 때, 당신과 나 사이에 이야기가 피어납니다'가 오는 10월 5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갤러리 아뜰리에 아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지난달 31일 전시 오프닝을 위해 방한한 스즈키는 "그림을 통해 한국 관람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 제목은 작가가 그림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이 관람객과의 소통이라는 의미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눈이 대부분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 쪽을 응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초점 없는 눈에 대해 스즈키는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줘 위화감을 조성하고 싶었다"며 "이런 의외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각자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스즈키의 작품에는 주로 얼굴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목과 팔, 다리 등 신체는 길고 가늘게 표현된 사람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스즈키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떠오르는 대로 그렸는데 사람들한테 그런 말을 듣고 알게 됐다"며 "그 이후에는 형태를 의식하면서 일부러 더 길고 가늘게 표현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둥글둥글하고 큰 얼굴과 대비되는 길고 가는 신체는 생각의 무게를 견디기 버거운 현대인을 떠올리게 한다.

'Mirro mirror'(2024)에서는 이런 신체 표현 특징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수평선이 보이는 평화로운 바다 풍경에 사람들의 얼굴이 떠 있는데, 그 아래로 사람들의 나체를 가는 줄처럼 나타냈다. 여기에는 남성의 성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서로 엉덩이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의 성기는 곰인형을 향해 있다. 이런 기괴한 장면을 통해 작가는 일상을 비틀어 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동식물과 사물들이 곳곳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스즈키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편견에도 정면으로 맞서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내 작품에 어린 소녀가 그려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인물에 특정 성별을 부여하고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소녀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에 인물에 성기를 붙이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는 분들은 '예쁜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는 것 같다"며 "여러 장치가 있으니 자세히 살펴봐주셨으면 한다. 작품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작품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 근교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스즈키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10여 년 전 태블릿PC로 그림을 그리다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일본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화적 요소에 일상에서 느끼는 삶에 대한 생각과 다양한 감정을 입혀 기법에 구애받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이뤘다. 2022년에는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추정가의 2배를 웃도는 가격에 작품이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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