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는 없다” U18 남자대표팀 정승원 감독의 출사표

조원규 2024. 9.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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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18 대표팀 정승원 감독


“무조건 세계대회 티켓을 따겠다.”

이번에는 U18 남자대표팀이다. 1999년생부터 2001년생이 주축인 남자국가대표가팀이 일본 올림픽대표팀과 평가전에서 1승 1패로 선전했다. 경기력이 좋았다. 여자대표팀은 '2026 FIBA(국제농구연맹) 여자농구 월드컵 사전자격예선'에서 준우승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제는 18세 이하 대표팀(이하 대표팀)이 출격한다. 1차 목표는 2025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U19 세계선수권대회 진출이다.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에 재학 중인 12명의 선수가 한 달 동안 고된 땀을 흘렸다. U18 아시안컵(이하 대회) 참가를 위해 출국하기 전날, 훈련의 성과와 각오를 대표팀 정승원 감독에게 들었다.


▽ 내일 출국이다. 준비 과정에 만족하나?
솔직히 만족은 아닌데(웃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선수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 어떤 점을 많이 준비했나?
우리 빅맨이 크지 않다. 2미터 넘는 선수가 위진석 한 명이다. 이란 같은 경우 수준급 빅맨이 있다. 1대1로 아예 못 막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파울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스몰라인업으로 나오는 시간도 있어서 트랩 수비를 준비했다. 트랩 수비하고, 속공 나가고, 기회가 있으면 자신감 있게 슈팅을 시도하는 부분을 강조한다. 슛은 잘 들어갈 때도 있고 안 들어갈 때도 있다. 안 들어갈 때를 대비한 패턴도 준비했다.

▽ 이대이나 컷인 같은 것인가?
그렇다. (퍼리미터 지역에서의) 슛이 안 들어가면 확 무너질 줄 알았다. 그런데 동국대와 연습경기에서 다른 방법으로 꾸역꾸역 따라갔다. 어리지만,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라 그런지 능력이 있다.


▲ 대표팀 첫 연습경기 전 미팅

▽ 인도, 쿠웨이트, 이란과 같은 조다. 전력을 어떻게 보나?
이란이 가장 강할 것 같다. 인도는 2022년 16세 대표가 황금세대라고 들었다. 그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나온다. 그래도 2022년 (인도의) 모습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쿠웨이트는 잘 모르겠다. 경기 영상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 첫 경기가 인도다. 2022년에 16세 대표팀이 졌다.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22년 U18 아시안컵에서 인도와 경기를 했다. 당시 16세 대표팀도 4~5명 같이 왔었다. 우리가 무난하게 이겼다. 그 선수(당시 16세 대표)들이 그때와 다를 것이라 생각도 하지만, 아직은 우리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 이란은 늘 힘든 상대였다. 그런데 조 1위로 올라가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영상으로 봤을 때 수준급 가드와 빅맨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성도 고려해야 한다. 당시 이란을 상대했던 팀이 약했다. 그래도 상대 센터는 트랩 수비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란이 예선 마지막 경기다. 현장에서 분석할 시간이 있다. 디테일은 가서 정할 생각이다. 일단은 우리가 준비한 수비를 가져갈 생각이다.

▽ 호주와 뉴질랜드가 참가했다. 4강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너무 쉽지 않을 것 같다(웃음). 그래서 조 1위가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조 1위로 8강에 올라가면 뉴질랜드나 필리핀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팀도 쉽지 않겠지만, 1위보다는 2위가 낫지 않겠나. 일단은 조 1위가 중요하다. 예선 경기를 하면서 결선에서 만날 상대도 분석하겠다.


▽ 이번 대표팀은 포워드가 많다. 이 선수들이 리딩부터 빅맨 수비까지 역할이 많다고 했었다. 기대를 해도 되나?
포워드 5명만 뛰는 것도 구상했다. 그런데 길게 쓰기는 힘들 것 같다.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지만, 리딩적인 면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가드를 봤던 친구들과 확실한 차이가 있다. 공격 코트로 공 운반은 된다. 코트 밸런스를 잡아주는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가드들의 역할이 있다. 한 번씩 변칙으로는 쓸 수 있는 카드다.

▽ 클러치에서 해결사, 소위 말하는 타짜가 없다는 고민도 있었다.
프로 형들과 경기해도 주눅 들지 않는다. 그런데 클러치 타임의 해결사는 또 다른 문제다.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서울 SK의 김선형 같은 선수다. 어떤 자세에서도 득점을 만든다. 그런 선수를 아직 찾지 못했다. 특정 선수에게 믿고 맡기는 것보다 약속된 패턴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다행히 벌벌 떨면서 시도조차 못 하는 선수는 없다.

▽ 이번 대표팀의 장점은 무엇인가?
하드웨어가 좋다. 2미터 빅맨이 없을 뿐 전체적으로 힘이나 체력이 좋다. 하고자 하는 의지도 좋고, 특히 에너지가 너무 좋다. 가끔은 너무 넘쳐서 문제일 정도로 좋다(웃음).


▲ 정승원 감독은 삼일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 코칭 철학이 있나?
선수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 그런 선수가 뭔가를 해낸다. 쭈삣쭈삣하고 토킹 같은 것도 안 하면 운동선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조금 안 되도, 조금 무식하더라도 들이박는 맛이 있어야 한다. 물론 똑똑한 선수가 좋다. 똑똑한 선수는 자기가 잘하는 플레이를 한다. 영리하되, 적극적이고 과감해야 한다.

▽ 그런 것을 끌어내기 위해 선수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나?
대화를 자주 한다. 비슷한 포지션의 잘하는 선수들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지 이야기한다. 그래야 그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다고 자극을 준다. 운동선수는 모방을 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왜 농구를 하는지, 내가 왜 이 훈련을 해내야 하는지, 버텨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대화한다.

▽ 최강 삼일고의 주전 가드였다. 대학 이후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선수 시절 명암이 있었다. 그 부분이 코칭에 영향을 주나?
너무 많이 준다. 저는 어릴 때부터 코칭스탭의 지시를 잘 못 받아들였다. 동기가 양희종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같이 했다. 지나고 생각하니 (양)희종이는 하나를 얘기하면 둘, 셋을 하려고 했다. 이것이 나중에는 엄청난 차이가 됐다. 물론 양희종은 처음부터 잘했던 선수고 저는 못했던 선수이긴 하다(웃음). 그래도 코칭을 흡수하는 능력, 받아들이는 노력을 더 했으면 프로에서 더 많이 뛰었을 것 같다. 이 얘기를 선수들에게 한다.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 본다는 말도 있지 않나.

▽ 대표팀과 소속팀, 코칭에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너무 많다. 대표팀은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가장 잘하는 12명을 뽑았다. 소속팀에서는 4번, 5번 얘기할 것을 1번, 2번만 얘기해도 이해한다. 2~3일 걸릴 주문도 하루면 소화해낸다. 소속팀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있다. 선수마다 구력이나 능력에 차이가 있다. 힘든 점도 있고,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다.

▽ 이번 대회 목표는 무엇인가?
무조건 세계대회 티켓을 따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것이 경기 중에 잘 나왔으면 좋겠다. 한 달 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선수들이 후회 없이 다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티켓도 딸 수 있을 것 같고, 너무 좋을 것 같다.

▽ 현실적으로 우승은 어렵다 보나?
아니다. 첫 번째 목표가 세계대회 출전이고 그 목표를 이루면 한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차 목표를 달성하고, 그 기세를 우승까지 이어가고 싶다.


▲ 대표팀 주장 양종윤


▽ 목표 달성을 위해 어느 선수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가?
주장 양종윤이다. 코트 안에서나 밖에서나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 선수들이 뽑은 주장이다. 선수들에게 인정받았고 코칭스탭도 깊이 신뢰한다. 캡틴의 무게가 크다. 힘든 자리다. 코칭스탭과 같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먼저 고맙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이경희, 박주성 두 트레이너가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같이 열심히 준비한 배경한 코치, 유성호 코치도 너무 고맙다. (이번 대표팀은) 재미있는 팀이 될 것 같다. 게임을 보셔도 되는, 재미있는 경기 내용을 만들겠다. 팬들은 이겨야 더 즐겁다.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다. ‘졌잘싸’는 안 하겠다. 대한농구협회, 중고농구연맹, 프로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대표선수 소속팀 코치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격려금을 주셨다. 처음이라고 들었다. 프로 감독님들도 주셨다. 많이 감사하다. 훈련할 수 있게 체육관을 제공한 경희대와 김현국 감독님도 정말 고맙다.


카타르를 거쳐 대회가 열리는 요르단 암만에 도착한 대표팀은 3일 새벽에 있을 인도와의 예선 첫 경기를 준비한다. 준비기간 중, 얼리 드래프트 신청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도 있었다. 정 감독은 “너희가 인정을 받아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대회에 집중하자”라고 당부했다.



“졌잘싸는 없다.” 정 감독은 준비한 것만 하면 승리는 따라온다고 믿는다. 선수들이 후회 없는 경기를 할 것이라 믿는다.

#사진_점프볼DB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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