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치솟는 쌀값…쌀 과자도 인상, 수입산 대체 조짐

이소현 2024. 9. 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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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용 이어 과자용 쌀값도 급등세
원재료 비중 수입산 더 높아지며 '역전'
쌀 과자업계 최대 22% 가격 인상 행렬
7월 일본 쌀 과자값 전년동월比 1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에서 쌀 부족 사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쌀 과자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이어 수입쌀 조달을 확대하고 나섰다.

일본 도쿄도 고토구 모리시타 인근에 있는 한 슈퍼마켓의 빈 쌀 진열대에 ‘자원 물자 부족으로 인해 쌀 공급이 불안정해졌습니다. 많은 고객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가족당 하루에 한 포대(쌀 한 포대)씩 구매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AFP)

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쌀 과자의 원료로 사용되는 작은 알갱이가 특징인 쿠즈마이(고미)가 전년 기록적인 고온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 가격이 급등하면서 쌀 과자 업체들이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쿠즈마이는 주식용 쌀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체로 걸러져 떨어진 직경 1.85㎜ 미만의 쌀이다. 일반 주식용 쌀에 비해 알갱이가 작아 쌀과자나 된장 등의 원료로 사용되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 특히 기록적인 고온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다.

쌀 과자 최대업체인 가메다제과 담당자는 2023년산 쿠즈마이에 대해 “조달은 가능하지만, 발생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고 말했다. 산코제과 관계자도 “필요에 따라 조달은 가능하지만, 가격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일본 전국미곡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쿠즈마이는 가격 변동폭이 커서 뚜렷한 도매가격 통계 수치는 없지만, “한 때 주식용 쌀에 가까운 가격까지 오른 것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2023년산 쌀의 생산량 감소 때문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3년산 쌀 생산량은 2022년 대비 37% 감소한 32만 톤으로, 지난 16년간 가장 적은 수치였다. 기록적인 고온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다.

또 주식용 쌀의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외식업계는 상대적으로 알갱이가 큰 ‘중미’를 주식용 쌀과 섞어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 수급이 더욱 타이트해지면서, 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쌀 과자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기록적인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지난 몇 년간 수입 쌀에서 일본산 쌀로 전환하고 있었지만, 최근 쿠즈마이 등 특정 쌀의 대폭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다시 수입 쌀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일본에서 쌀 과자 제품의 원재료는 중량 순으로 기재되는데 최근에는 일본산 쌀보다 외국산 쌀의 비중이 앞서는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카메다제과의 원료를 보면 최근 2~3년간 일본산 쌀의 비율이 더 높았지만, 현재는 수입 쌀의 비율이 더 높아지는 등 역전됐다. 카메다제과 측 관계자는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수입 쌀이 비싸긴 하나 국산 쌀의 상승 폭이 더 크기 때문에 수입 쌀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코제과도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수입 쌀을 늘리는 등의 대응을 올해 초부터 일부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 쌀 조달 증가도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쌀 수입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최소한으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 중에서 쌀 과자용을 포함한 가공 원재료용으로 판매된 쌀은 작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다. 6월 한 달만 놓고 봐도 2.3배 늘어난 1만 4235톤에 달했다.

쌀 과자업계에선 가격 인상 움직임도 활발하다. 산코제과는 지난 4월에 전체 상품의 20%가량을 약 8% 인상했고, 에치고제과도 8월부터 23개 제품을 약 4~11% 인상했다. 카메다제과는 오는 10월 1일 납품분부터 17개 상품을 9~22% 인상할 예정이다. 주식용 쌀과 동등한 국산 가공용 쌀을 사용하는 이와츠카제과도 이달에 9개 제품을 4~15% 인상할 계획이다. 가공용 쌀도 일부 고온의 영향을 받았으며,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일본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에 따르면 쌀값은 지난해 무더위 영향으로 유통량이 줄고 일본 방문객이 늘면서 18% 올라 2004년 4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쌀값 상승 영향으로 쌀 과자값(센베이)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6%에 달했다.

닛케이는 “2024년산 쌀은 2023년산에 비해 고온 피해가 작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특정 쌀을 포함한 쌀 가격의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때 슈퍼마켓과 드럭스토어에서 특판의 상징이었던 쌀과자의 이미지도 점차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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