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전선 속도전 나선 러시아···젤렌스키 ‘역풍’ 맞나
우크라 내 “방어력만 약화” 비판 이어져
젤렌스키 “러 깊숙이 공격 허가해달라” 서방 압박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급습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전략적 요충지를 향한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판세를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바꿔놓으려던 ‘도박’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내 비판에 직면했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코스티안티니우카와 노보젤란네, 하르키우의 신키우카를 해방했다고 주장했다. 노보젤란네는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로 진군하는 과정에서 점령한 마을로, 러시아군은 포크로우스크에서 불과 8㎞ 떨어진 곳까지 진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 6만여 명의 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동부 방어·물류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지역을 잃으면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 전력과 보급선이 큰 타격을 받아 순식간에 도네츠크 전역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포크로우스크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한 상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 공격에 집중하는 동안 포크로우스크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자 군인, 국회의원, 군 분석가들 사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전투 경험이 많은 병력 수천 명을 쿠르스크 작전에 재배치하면서 포크로우스크의 우크라이나군 방어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것이다.
10개월가량 참전한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솔직히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며 “(포크로우스크에서)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크로우스크 일대 포병대 사이에선 쿠르스크 쪽으로 자원이 몰리면서 러시아군보다 포탄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동부 전선에 배치된 군인이자 언론인인 스타니슬라프 아세예프는 “포크로우스크 뿐만 아니라 이 지역 군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본토를 급습해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 병력의 힘을 빼려던 우크라이나의 시도도 잘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서아프리카의 러시아 용병 다수를 쿠르스크 방어를 위해 철수시켰다. 동부 전선 병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전선의 자원을 재배치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동부 전선의 우크라이나군 부사령관인 막심 조린은 “러시아는 이곳에서 병력을 거의 이동시키지 않았다”며 “쿠르스크 작전은 도네츠크 전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동부 전선의 공세를 이어가면서 쿠르스크를 공격한 우크라이나와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러시아 매체 RT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누구와도 우리 영토에 대해 논의하지 않거나 협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영토와 러시아군 포로를 훗날 휴전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에 대해 “너무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일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게 해달라고 서방 국가에 촉구 중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연설에서 전날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공습으로 6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쳤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추가 공습을 막으려면 러시아군 비행장과 군사기지, 테러 병참을 공격해야 한다”며 “우리는 장거리 (타격) 능력과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포탄과 미사일에 대한 (러시아 본토 공격) 승인이 모두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날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에서 미 고위 당국자들을 만난 이후 나왔다. 대표단을 이끈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도시 공격에 이용된 러시아 비행장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있다며 타격 필요성을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약 67조원) 이상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지만, 확전 가능성 등을 우려해 무기 사용은 우크라이나 영토와 국경 방어 작전으로 제한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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