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훈의 위클리반도체] "연봉 3배 올려 드릴게요"… 반도체 인재 모시기 大戰
◆ 매경 포커스 ◆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적층(積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도 더 높여가고 있죠. 최근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인적 자본 역량을 쌓아 올리려는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번 위클리반도체에서는 반도체 인재 쟁탈전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9월 초부터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합니다. 특히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등에서 대규모 채용에 나서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재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A&M대, 조지아공과대, 퍼듀대 등을 순회할 예정입니다.
지난 8월에는 연세대(19일)·서울대(22일)·포항공대(26일)·카이스트(27일)·성균관대(28일)·고려대(29일)를 훑었던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6개 대학에서 테크&커리어(T&C) 포럼을 연 것이죠.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석박사를 대상으로 T&C 포럼을 진행해왔습니다. DS부문 경영진이 직접 나서 '초격차(超格差) 기술력'을 선보이는 자리죠. 올해에는 고려대를 추가하며 타깃을 넓혔습니다.
지난 7월에는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을 실시했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이뤄진 첫 번째 채용이었는데요. 당시 삼성전자 DS부문은 화성·기흥·평택·수원·천안·온양사업장 등에서 근무할 경력사원을 채용했습니다. 모집 직무만 800여 개에 달했습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재 발굴에 공들였습니다.
메모리사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개발 △차세대 D램 솔루션 제품 컨트롤러 개발·검증 △차세대 낸드플래시 공정·소자 기술 개발 등을 담당할 인재를 외부에서 수혈했습니다. 대만 TSMC와 경쟁하는 파운드리사업부는 △eM램·e플래시 공정 개발 △수율 분석 △불량 해결을 책임질 경력사원을 채용했고요.
삼성전자는 국내 유수 대학들과 함께 반도체 인재를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의과대학 정원 확대' 이슈가 불거지며 반도체학과 등록률이 크게 낮아지긴 했는데요. 그래도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학과입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연세대(2021년)·카이스트(2022년)·포항공대(2023년)·울산과학기술원(2023년)·대구과학기술원(2023년)·광주과학기술원(2023년)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등록금 지원뿐 아니라 삼성전자 취업까지 보장됩니다.
인재 발굴·육성에만 신경 쓴다면 삼성전자가 '메모리 1위'라는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겠죠. 최근 삼성전자는 신입·경력사원 입문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 기간(3주→4주)과 경력사원 교육 기간(2주→3주)을 한 주씩 늘리고 온라인 교육을 폐지했어요. 삼성전자공과대학(SSIT)에서도 자사 인재를 키우고 있습니다. SSIT의 뿌리는 1989년 국내 최초 비(非)학위 사내 대학인 반도체기술대학입니다. 현재까지 졸업생은 1297명이죠. 박사 98명, 석사 605명, 학사 539명, 전문학사 55명 등이 SSIT를 거쳐 갔어요.
SK하이닉스도 인재 쟁탈전에 뛰어들었습니다. HBM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죠. SK하이닉스는 9월에 신입사원 채용과 주니어탤런트 전형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주니어탤런트는 경력 2~4년 차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입니다.
올해에만 굵직한 채용 일정을 3차례 진행하는 셈입니다. 통상적으로 4월(상반기)과 9월(하반기)에 채용 일정을 시작했었는데요. 이례적으로 SK하이닉스는 7월에도 신입·경력사원 채용에 나섰습니다. 규모도 세 자릿수에 달해 반도체업계가 주목했죠.
그동안 SK하이닉스는 △HBM 제품 개발 △D램 설계 △어드밴스트 패키징 △핀펫(FinFET) 공정 등에서 인재를 뽑아왔어요. 9월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재 쟁탈전이 이어질 텐데요. 취업준비생들은 어떤 기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성전자와 경쟁이 펼쳐졌으니 SK하이닉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지난달 SK하이닉스는 국내 대학을 돌며 테크 데이를 진행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서울대·포항공대·카이스트·연세대·고려대 테크 데이에서 △설계 △소자 △공정 △시스템 △어드밴스트 패키징 세션을 열었습니다.
경영진도 대거 출동했습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해 김종환 D램개발 담당 부사장,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부사장, 최우진 P&T 담당 부사장, 송창록 CIS 개발 담당 부사장이 대학을 번갈아 찾아 기조연설에 나섰어요.
미국 인재도 가만두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2024 SK 글로벌 포럼'을 열며 반도체·인공지능(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글로벌 포럼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섰을 정도였죠.
SK하이닉스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2021년)·서강대(2023년)·한양대(2023년)와 함께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학생 선발을 비롯한 학사 운영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도 하죠. 학생들은 학비를 전액 지원받으며 졸업 후에는 취업이 연계됩니다.
사내 대학인 'SKHU(SK hynix University)'를 통해 직무교육도 강화하고 있어요. SK하이닉스 직원은 입사 후 8년간 반도체 이론과 실무, 핵심 기술 등을 배웁니다. SKHU는 12개 단과대에서 전공 285개를 개설해 임직원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SKHU에서는 교수 24명과 강사 20명을 비롯한 8460여 명의 사내 강사가 강의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대면 강의는 1600여 개, 온라인 강의는 8000여 개가 개설됐다고 합니다. SK하이닉스는 SKHU 구성원이 석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학 학위 과정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반도체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붙인 건 아닙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인재 양성을 위해 거금을 쾌척했습니다. 40억대만달러(약 1700억원)를 반도체 교육을 위해 기부한 것이죠. TSMC의 기부금은 대만대·칭화대·양명교통대·성공대에서 쓰입니다.
4개 국립대뿐 아니라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반도체 교육을 지원한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대만 정부가 고등학교에 반도체 수업을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9월부터는 문과·이과와 상관없이 36개 학교에서 반도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한다는 거죠. TSMC 교육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만 섬을 벗어나 해외 대학과도 인재를 함께 키우기로 했습니다. TSMC와 일본 규슈대가 맞손을 잡은 건데요. TSMC가 규슈 구마모토공장을 건설하며 규슈대에 기술 강좌를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TSMC가 직접 일본 대학생을 가르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TSMC는 높은 연봉으로도 반도체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죠. 2022년 기준으로 TSMC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317만대만달러(약 1억3200만원)에 달합니다. 지난해에는 R&D 역량을 키우고자 석박사급 인재에게는 연봉 200만대만달러(약 8300만원)를 제안했어요. 대만 반도체업계 평균 연봉(3000만원)보다 2~3배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과 달리 대만에선 정부도 반도체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국가중점분야 산학협력·인재 양성 혁신 조례'를 제정해 매년 반도체 인재를 1만명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정부 차원에서 대만대·칭화대·양명교통대·성공대 등에 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하기도 했죠.
한국 정부도 반도체 인재 육성에 나섰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31년에는 반도체 인재가 5만4000여 명 부족할 전망이에요. 인재가 30만4000명에 달하겠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이 필요로 한 인력보다는 절대적으로 적은 겁니다.
정원 확대로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반도체 인재난도 쉽게 풀 수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정부도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박사 인재 양성을 목표로 반도체 특성화대학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최근에는 민관이 함께 반도체 아카데미를 세웠어요. 산업부가 반도체협회, 기업들과 함께 제1판교 글로벌R&D센터에 아카데미를 열었습니다. 산업부는 매년 800명, 2027년까지 3700명 이상의 취업준비생과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난 6월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방안'을 밝혔는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알맹이가 알찬 편은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18개)·대학원(6개)과 AI 반도체 대학원(3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래도 인력 양성에 투입되는 예산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2022년에는 2000억원에 그쳤으나 2023년(4000억원)에는 2배로 늘어났어요. 올해 예산은 5000억원입니다. 정부는 향후 3년간 반도체 R&D와 인력 양성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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