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알 제작진, 모자이크 대신 동물 이미지 쓰는 이유

장슬기 기자 2024. 9. 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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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노조 성평등언론실천상, 그알 유튜브팀·뉴스토리·양승훈
"특정 성별 표현 뺀다" "총과 칼보다 카메라가 더 위협인 시대"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모자이크 대신 동물 이미지를 활용해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 갈무리

SBS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 지난달 27일 사내에서 세 팀을 선정해 제4회 성평등언론실천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성평등언론실천상은 SBS 구성원들이 제작한 콘텐츠나 성평등 가치를 실천한 조합원에게 주는 상으로 수상자들 인터뷰 내용을 SBS 노조 홈페이지에 공개해 제작 과정에서 겪은 고민과 노하우를 고민해 성평등 저널리즘을 실천하고자 한다.

이번에 수상한 '그것이 알고싶다'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는 제작본부 소속 '그알 유튜브팀(도준우, 길용석, 황별이, 김다현, 박정하, 김아영, 김혜진, 김유정, 이수민, 박우연, 이민선, 남대원)'은 팀 내에서 성인지 감수성 관련 기준을 만들고 콘텐츠에서 성별 차이를 구분짓거나 특정 성별을 강조하는 표현을 배제·지양해 성별 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해당 팀의 도준우 PD는 “대다수 매체에서 사용한 제목이라도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사용하지 않는다”며 “'한인 여성 살인사건' '여고생 살인사건'이라고 통용되더라도 '한인 살인사건' '고등학생 살인사건'이라고 특정 성별을 표현하는 부분은 뺀다”고 했다.

▲ '여고생 사망사건' 대신 '고등학생 사망 사건'으로 표기한 그알 유튜브 영상 썸네일

썸네일도 각별히 신경쓴다고 했다. 도 PD는 “특히 범죄나 사건을 주로 다루는 '그알' 채널 특성상 썸네일은 해당 사건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대표 이미지”로 “썸네일은 팀원 전체가 있는 단톡방에 미리 공유해 의견을 나눈다”며 “사건의 자극적인 면만 강조되지 않도록 팀원들이 의견을 내면서 여러 차례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했다.

또 “출연자가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을 하면 재촬영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출연자가 특정성별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두 번 스쳐가듯이 하면 자막으로 커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해서 말하는 경우 다시 추가로 촬영하기도 하는데 이는 출연자 보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색깔로 성별을 구분짓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도 PD는 “채널 초기부터 '색깔로 성별을 구분 짓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자막을 사용할 때 성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고착화 시키는 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뒤집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모자이크는 가벼운 톤의 동물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도 PD는 “그알이라는 딱딱한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가볍게 풀기 위해서”라며 “출연진에게까지 범죄자처럼 일반 모자이크를 사용하기보다는 가벼운 톤의 동물 이미지를 사용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 이후 동물이미지도 가능하면 뭔가 특정성별로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어 출연자가 원하는 동물 이미지로 성별 특징이 드러나지 않게 사용한다”고 했다.

▲ 지난 6월22일 SBS 뉴스토리 팀이 보도한

뉴스토리팀(보도본부 소속 박수진, 김설화, 이회리와 방송제작본부 소속 김흥기)은 <낙태죄 폐지 5년, 방치된 '임신중지'>편을 보도했다. 낙태죄 폐지 이후 5년간 대체입법이 없어 입법공백이 벌어졌고 한국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실종됐기에 여전히 임신중지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보도였다.

박수진 조합원은 “임신중지 관련 찬성이든 반대든 논의를 끌어낸 것 자체가 보람됐다”면서 한 교수가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도, 난임으로 고민하는 여성도, 출산을 한 여성도 다 한 여성의 일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 것에 공감했다고 했다.

또 다른 수상자인 SBS A&T 방송제작본부 소속 양지훈 조합원은 취재 전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촬영장비와 분위기 등을 세심하게 신경써왔고 특히 지난 1월 8뉴스에 보도한 <데이트 폭력범 가석방되면 알려 달라 했는데…“이미 출소”>에 이러한 노력을 담았다고 평가받는다.

양 조합원은 “보도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 해주시는 분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걸 가장 신경 썼다”며 “취재 현장에서 흔히 쓰는 ENG카메라는 크기 자체가 크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성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6mm(Z90) 소형 카메라를 준비해갔고 인터뷰 장소가 집 안이었는데 집 안 소품이 노출돼 피해자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에 대비해 촬영 구도를 소품이 노출되지 않게 잡았다”고 했다.

데이트 폭력을 취재할 때는 대부분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이었다. 이에 취재진 3명(영상기자, 촬영기자, 오디오맨)이 모두 남성인 점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양 조합원은 “좁은 공간에 남성 3명이 몰려 있으면 피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오디오맨은 인터뷰 준비가 끝나면 방 바깥으로 나가게 했고 인터뷰 장소에서 피해자 시야에는 오직 취재기자만 보이게 촬영구조를 세팅했다”고 했다.

양 조합원은 “지금은 총과 칼보다 카메라가 더 위협적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며 “직업 특성상 각종 피해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저의 취재가 절대 2차 가해가 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 SBS '8뉴스' 지난 1월3일자 보도, 피해자 입장에서 취재기자만 보이게 촬영구조를 세팅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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