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공격 허용해달라" 우크라, 대규모 드론 공격…러 "우리 영토 협상 안해"

김하늬 기자 2024. 9. 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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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접경지에서 연일 군사 공격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재차 서방국 압박에 나섰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4주가량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해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26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미르노흐라드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부서진 빌딩이 보인다. 2024.08.28 /AFPBBNews=뉴스1

1일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시도했다고 러시아 당국이 밝혔다. 드론은 모스크바 인근과 그 북서쪽의 트베리 주변 에너지 시설을 겨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밤새 모스크바 인근에서 158대의 드론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정유시설과 트베리의 발전소에서는 드론 파편에 의한 화재도 발생했다. 또한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쿠르스크, 브랸스크, 보로네즈, 벨고로드, 칼루가 등지에서도 다수 드론이 격추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격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국에, 지원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포격을 승인해달라고 발언한 직후 단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으려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비행장과 기지를 공격하는 방법뿐"이라며 "장거리 타격 능력과 장거리 포탄 미사일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미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전쟁 및 무기 지원 등과 관련해 논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하늘에서 러시아의 공중 유도 폭탄을 제거하는 것이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하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군사 지원을 한 주요 서방국들에 러시아 본토 내 군사기지 타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중 미국 백악관을 방문하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서도 러시아 본토 타격 필요성을 거론할 전망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미국은 그간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사용을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와 인근의 국경 방어 작전용으로 제한했다.

젤렌스키의 이같은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6일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를 선제공격 한 뒤로 지금까지 러시아 본토에서 러시아군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지원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방부는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검토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는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최근 "미국인들은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진다면 유럽에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핵 교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 (현지시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의 침공을 끝낼 청사진을 미국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4.08.28 /AFPBBNews=뉴스1

한편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에서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병참 허브가 있는 도네츠크 포크로우스크 인근의 오를리우카 마을까지 장악한 상태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전날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누구와도 우리 영토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영토를 두고 협상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입장을 강조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선 상황을 지켜보던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급습 작전이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쿠르스크 침공 작전에 대해 나토 차원의 반응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국제법에 따르면 자위권은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에 수많은 공격을 감행했다"며 "(쿠르스크의) 러시아 군인과 전차, 군사기지는 국제법상 합법적 공격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모든 군사작전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위험이 수반되지만, 자위권을 어떻게 행사할지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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