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창호 “차별금지법, 공산주의 혁명 이용될 수 있어 우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후보자가 ‘차별금지법 반대’, ‘진화론 부정’ 등의 과거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태도를 보였다.
1일 한겨레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안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보면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안으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편적 인권,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차별금지법의 입법 내용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역차별을 초래하며, 질병 확산의 우려가 있는 점에 논란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유엔이 한국 정부에 이행을 권고 중인 핵심적인 국제인권규범이다.
아울러 안 후보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등에 대해 합리적 비판까지 법적 제재를 가”한다는 거짓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20년 인권위가 제시한 평등법(차별금지법) 시안은 성별·장애·나이·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 21개 사유로 고용 등 4가지 영역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앞서 안 후보자는 각종 저술과 강연을 통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부모-자식 성적 행위, 소아성애, 짐승과의 성행위 등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극단적 주장을 펴왔다.
답변서에서 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을 야기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폈다. 안 후보자는 2020년 한 세미나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공산주의 혁명으로 간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발언에 관해 설명하라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 질의에 안 후보자는 “많은 문화막시스트들이 ‘우리의 주적은 기독교’라며 동성애가 사회주의 혁명의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고 답하며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안 후보자는 “개인적 종교관이 인권위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답변서 곳곳에서 종교적 색채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안 후보자는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서면 질의에서 “진화론은 무생물이 최초의 생명체로 형성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그 생명체의 오묘함과 섬세함, 그 전제에 대한 현대과학의 충분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과정에서 진화론을 가르친다면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자는 성소수자 관련 이슈 외에도 기존 인권위 입장과 배치되는 답변을 다수 내놓았다. 안 후보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가 가장 크게 문제 되는 시기는 총으로 사람을 쏴야 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며 “양심적 병역거부 단체는 집총 거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병무청의 모든 지시 및 감독을 거부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답하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최근 친일적 역사인식으로 논란을 빚는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학술·보훈기관 요직에 잇따라 중용되고 있는 가운데 안 후보자 역시 왜곡된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일에 대한 질문에 “대한민국헌법 전문에 명시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내용을 존중한다”면서도 “일제의 불법강점에 의한 식민지 상황에서 국가 기능을 완전하게 수행할 수 없었기에 건국의 완성으로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는 1948년 8월15일에 건국이 완성됐다며 독립운동 의의를 축소하는 뉴라이트 논리와 닮아있다.
한편 안 후보자는 과거 헌법재판관 퇴임 뒤 변호사로 활동하며 유명 리조트 회장 아들의 미성년 성매매와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을 변호한 이력에 대해 “피의자의 아버지와 이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여서 사건을 맡게 됐다”면서 “변호사가 피고인, 피의자를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변호하는 것은 인권보호에도 부합한다”고 답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경찰, 성범죄 방조 텔레그램 법인 내사…피의자 24명 특정
- 검찰 수심위 ‘반쪽’?…최재영은 안 부르고 김건희 쪽은 참석
- [단독] 농막 시골 IT 회사, 알고 보니 성매매 대리예약 사이트
- [단독] 검, 문 전 대통령 ‘직접 뇌물’ 검토…혐의 왜 바꿨나
- 한동훈, 회동 하루 만에 …이재명 계엄령 발언 “국기문란”
- 매일 콜라 5캔, 햄버거 즐기는 94살 워런 버핏의 장수비결
- [단독] 딥페이크 가담자 수십만명…전문수사 인력은 131명 뿐
- 인질 6명 끝내 사망…“즉각 휴전하라” 이스라엘 수만명 시위
- 보호자 숨진 병원 8년째 지킨 반려견, 돌려보내도 다시 와
- 사무실서 숨진 채 발견된 은행원…동료들은 나흘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