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보험사 규모 따라 책무구조도 규제 강도 달라야”
내년 보험업권에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책무구조도’를 도입할 때 보험사 규모에 따른 차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보험연구원의 ‘책무구조도 제도의 차등적 규제방안 검토’ 보고서는 보험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보험사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책무구조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자산 규모나 임직원 수 등 규모에 따라 차등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 않아 소규모 금융사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 규모와 업종의 특성 등을 고려해 책무구조도 마련·제출과 관련된 의무를 완화 또는 적용 제외하는 등 규제의 비례성 및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전에 정하는 제도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책무를 담당한 임직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임직원이 직접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범위와 내용을 사전에 정해 금융사의 전반적인 내부통제 관리를 더욱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제도는 지배구조법이 개정되며 지난 7월부터 시행됐다. 은행권에는 6개월, 보험업권에는 1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됐다. 보험업권은 내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소규모 보험사까지 책무구조도 제출 의무가 적용된다면 과도한 규제 부담으로 인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의견이다.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디지털 손해보험회사와 같이 특정 채널과 상품에 집중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또, 반려동물보험, 레저 여행 보험, 날씨보험 등 다양한 미니보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의 경우 자본금 요건이 20억원에 불과하고 임직원 수가 적은 편이다.
양 연구위원은 “실효적 내부통제를 위해 모든 금융회사에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그 강도와 세부내용은 회사 규모와 업종의 특성 등을 고려해 달리 적용해 규제의 비 례성 및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해외에서는 책무구조도 규제 시 자산이나 임직원 수 등을 기준으로 차등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고위관리자제도는 보험회사의 자산규모 및 유형별로 규제 세부 내용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호주는 대상 금융회사를 자산규모에 따라 핵심 회사(Core Entities)와 강화 회사(Enhanced Entities)로 나눠 규제를 적용하며,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임직원 수에 따라 규제 범위를 달리 하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은 공통적으로 회사의 규모에 따라 개인책임성을 차등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이는 소규모 금융회사의 경우 구조가 단순하고 임직원 수도 적어서 책임성을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점, 규모가 큰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경우 불균등한 규제 부담과 과도한 비용으로 인해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 사료 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책무구조도 도입 시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금융회사는 지정책임자가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책무 외에 금융영업 책무나 경영관련 책무에 대해서는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양 연구위원은 “소규모 회사의 경우에는 대상 임원과 책무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책무구조도 마련・제출과 관련된 의무를 완화 또는 적용 제외하는 방안 등이 있다”며 “향후 규제 비례성 확보를 위한 차등적 규제 방안에 대해 금융감독당국, 금융업계, 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 간에 활발한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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