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로 최고령·최장거리 순방 떠나는 교황…종교 화합·기후변화 대응 촉구할 듯
프란치스코 교황(87)이 2일부터 동남아 4개국 순방을 시작한다.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순방은 교황의 재임 중 가장 길고 먼 여행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일정을 통해 종교 간 화합과 기후위기 대응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시작으로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재임 기간 중 가장 긴 12일간의 순방 중 16차례 연설하고 40개 이상의 행사에 참여하며 동남아 가톨릭 공동체 규합에 나선다.
교황의 동남아 순방을 두고 종교적 다양성 환기가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첫 방문지인 인도네시아는 2억7979만명의 인구 중 90%가량이 이슬람신자로,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다. 그렇지만 이슬람뿐 아니라 개신교, 가톨릭, 불교, 힌두교, 유교 등 6개 종교를 공식 종교로 인정한다. 가톨릭 인구는 약 2.9%에 불과하지만, 머릿수로 따지면 아시아에서 중국과 필리핀에 이어 가장 많은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교황이 인도네시아를 찾는 건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이래 35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남아 최대인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방문해 6개 종교 대표자를 만날 계획이다.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자카르타 대성당을 잇는 28.3m 길이 ‘우정의 터널’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퇴임을 앞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나고 자카르타 경기장에서 8만명 이상이 참석하는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하는 등 가톨릭과 이슬람 간 대화에 힘써온 바 있다.
이번 방문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리란 전망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가라앉고 있으며, 파푸아뉴기니는 무분별한 벌채와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있다.
미셸 샴봉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순방의) 목표는 교황의 역량을 강화해 현지 가톨릭 신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교황청이 보편성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국제 질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시아의 전통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AFP에 밝혔다.
동남아를 순방 지역으로 택한 이유에는 가톨릭 교세 확장의 측면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는 인구 약 900만명 중 가톨릭 신자가 250만명 정도이며, 동티모르는 인구 약 97%가 가톨릭 신자다. 싱가포르는 인구 592만명 중 약 21만명이 가톨릭 신자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고토 시호코 연구원은 “이번 방문은 바티칸에 있어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다만 87세 고령인 교황의 건강 상태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역대 교황 중 87세에 이번과 같은 장거리, 장기간 순방에 나선 예는 없었다.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85세에 스스로 물러났고 그에 앞서 요한 바오로 2세는 84세로 선종했다.
이번 순방은 원래 2020년 계획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졌고, 그 사이 교황의 건강은 나빠졌다. 교황은 지난해 9월 프랑스 마르세유를 방문한 이후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11월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연설도 취소했다. 다만 AFP는 교황청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교황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며, 이번 순방에 특별한 의료 조치가 동반되진 않는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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