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독 부처 출신이 새마을금고·수협·신협 중앙회 '프리패스' 취업

김창영 기자 2024. 9. 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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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법인 이유로 3개 중앙회 취업심사 피해
부처 소관 취업심사대상 취합 과정에서 빠져
새마을금고·신협 등 중앙회장 재산공개 의무도 없어
수백조원 굴리는 공룡됐지만 상호금융 견제 느슨
조합 중심에서 금융 중심 재편된만큼 법제도 손봐야
[서울경제]

상호금융조합 감독 기관 출신의 고위 공무원이 심사도 받지 않고 새마을금고·수협·신협 중앙회에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법인이라 취업 심사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로 상호금융이 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당국자들이 낙하산 특혜까지 받으면서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같은 중앙회임에도 농협중앙회는 취업 심사 대상이라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한 만큼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취업 심사 대상인 퇴직 공직자들은 새마을금고·수협·신협 중앙회에 취업할 때 공직자윤리위원회 의무 심사를 거치지 않는다. 이들을 감독하는 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출신이 자유롭게 피감독 기관에 재취업할 수 있는 구조다. 1981년 공직자윤리법 제정 이후 40년이 넘도록 취업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와 공직 유관단체 직원은 취업 심사 대상자로서 3년간 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퇴직 전 5년 동안 맡은 업무와 대상 기관 간 관련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 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취업 심사 대상자는 정무직 공무원, 4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 법관·검사, 공기업 기관장, 금감원 부원장보 이상 간부 등이다.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은 자본금이 10억 원 이상이고 연 매출이 100억 원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연 매출이 100억 원 이상인 법무법인·회계법인 등이다.

하지만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취업 심사 기관 및 법인에 5대 상호금융 중 새마을금고·수협·신협 중앙회는 빠져 있다. 취업 심사를 받지 않으니 행안부·금융위·금감원 출신이 중앙회에 얼마나 취업했는지 알 수 없다. 고위 공직자 출신이 중앙회로 취업한 사례로 김태주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새마을금고중앙회 금고감독위원장), 최훈 전 행안부 기획조정실장(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 등이 있다. 권화종 전 금감원 상호금융국장은 연초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을 거쳐 감독위원회 위원에 내정됐다가 자진 사퇴했다.

사진 제공=새마을금고

이처럼 취업제한 규정에 구멍이 뚫린 것은 중앙회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법·수산업협동조합법·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중앙회는 영리 업무를 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산림조합중앙회는 식품 등 국민 안전 인증·검사에 관여한다는 이유로 특정 분야 취업 심사 대상 기관으로, 농협중앙회는 관계사인 농협은행이 취업 심사 기관 영리 사기업체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취업 심사 대상 협회로 지정됐다.

현행법이 상호금융중앙회를 일반 협회로 간주하는 탓에 규정이 허점투성이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취업 심사 대상 영리 사기업체가 가입된 협회도 취업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취업 심사 기관인 저축은행을 회원사로 둔 저축은행중앙회는 취업제한을 받는다.

그런데 관계사인 농협은행(회원사로 간주)이 취업 심사 대상이라는 이유로 농협중앙회는 취업제한 대상으로 올린 반면 다른 상호금융중앙회는 빠져 있다. 수협은행도 취업 심사 대상 영리 사기업체지만 수협중앙회는 취업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새마을금고 역시 자회사인 MG신용정보·MG자산관리가 취업 심사 대상 영리 사기업체임에도 중앙회는 대상이 아니다.

각 부처는 매년 법령상 지도감독 관계에 있는 소관 법인·단체·협회에 대해 취업제한 사기업체가 회원사로 있는지 조사해 인사처에 제출하는데, 문제의 중앙회들은 제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행안부·금융위·금감원이 소관 취업심사대상 협회를 취합할 때 관할 중앙회를 넣지 않았다는 얘기다.

부처의 한 관계자는 “5개 중앙회 중 농협과 산림조합만 취업 심사 대상”이라며 “다른 중앙회도 심사를 받으려면 법 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앙회장 재산 등록·공개 의무가 농협·수협에만 해당할 뿐 새마을금고·신협·산림조합에 적용되지 않는 점도 모순적이다. 공직자윤리법이 1993년 7월부터 재산 등록 의무자에 농협·수협 중앙회장과 상임감사만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공개는 수시 변동 사항까지 공개하기 때문에 연 1회 보수만 공개하는 상호금융 공시보다 훨씬 깐깐한데 3개 중앙회는 감시망을 피해가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매년 말에 임원 급여 평균치만 공개한다.

상호금융중앙회가 수백조 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조직의 최정점에 있는 만큼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호금융법 전문가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회가 법상 비영리법인으로 돼 있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회가 금융업을 하는 금고·조합을 관리 감독하는데 그 자리에 감독 기관 출신이 심사 없이 갈 수 있다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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