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때부터 시스템 붕괴, 정보가 새어나간다" 축구협회-대표팀 문제점

박건도 기자 2024. 9. 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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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건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비단 대표팀 감독 선임에서 나온 잡음만이 문제가 아니다. 축구계에서는 대한축구협회(KFA)의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홍명보(55)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부임 과정 의혹 신고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중순 감사에 돌입해 9월 중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인촌(73) 문체부 장관은 지난 달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감독 선임 문제만이 아닌 축구협회 전반적인 문제를 파악 중이다"고 경고했다.

현장에서도 축구협회의 운영 체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협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는 스타뉴스를 통해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 때부터 체계가 무너졌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며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 집중해도 성적을 내기 어려운 게 축구다. 하지만 (축구협회) 시스템이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결과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주장했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8월 26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1, 2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 1월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탈락 후에도 논란 속에서 큰 상처를 입은 건 선수들이었다. 영국 매체에서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망)의 불화설을 보도했고, 축구협회 측은 "사실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에 관계자 A는 "분명 과거 대표팀은 보안이 철저했다. 모든 게 시스템 안에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선수단 내 정보가 새어나가고, 선수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체계가 잡혔던 과거 대표팀은 보안도 철저했다. A는 "시스템이 확실할 때는 그러지 않았다. 정보 유출을 민감하게 방지했다. 전술이나 라인업이 새어나가지 않게 입단속도 철저했다. 일례로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 선수 명단은 윗선에 보고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축구 기술철학(MIK) 로고.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는 이어 "파울루 벤투(현 아랍에미리트연합) 대표팀 감독 시절에는 카타르월드컵을 목표로 약 4년간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시아 지역 예선 계획도 구체적으로 짰다. 덕분에 월드컵 16강 진출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내부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선수들도 우승을 어느 때보다 기대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협회의 시스템이 무너지자 대표팀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A대표팀에서 경기를 앞두고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유럽 각지와 중동 등 먼 거리를 이동해 귀국하는 만큼 대표팀 소집 시간도 제각각이다. 명확한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축구협회 사이에 빠른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또다른 관계자 B는 "대표팀의 올바른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라면 연속성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축구협회와 선수, 코칭스태프까지 손발이 빠르게 맞아야 한다. 실무자들은 수차례 대회를 거치며 공통된 의견을 냈다"며 "하지만 지금은 내부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감독의 역량을 떠나 이런 분위기에서 온전한 시스템이 정립되기엔 분명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총괄기술이사. /사진=뉴시스
이러한 축구협회의 분위기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클린스만이 경질된 뒤 한국은 정식 사령탑 없이 대표팀 경기를 치렀다. 임시 사령탑만 두 명이 거치며 5개월이 흘렀다. 축구협회의 입장문에 따르면 하마평에 오른 외국인 지도자들은 면접까지 진행했지만, 연봉과 축구 철학 등을 이유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홍 감독은 면접이 아닌 읍소에 가까운 면담 후 한국 대표팀을 지도하게 됐다. 이임생(52) 협회 기술이사는 7월 감독 내정 브리핑에서 "내가 홍명보 감독을 설득했다"고 말했고, 축구협회 관계자는 "홍 감독은 하루 고민 끝에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신임 감독 체제의 대표팀 출항 전부터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37)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 감독을 데려오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난 5개월이 아쉽다"고 폭로하자 이천수, 김영광, 이영표 등 국가대표팀과 유명 구단들을 경험한 레전드들도 협회의 행정을 강하게 질책했다.

한국축구 레전드 박지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박지성과 함께하는 MMCA 플레이 : 주니어풋살'에서 축구 꿈나무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한국 축구 전설 박지성(43)도 지난달 JTBC와 인터뷰에서 "축구협회가 많은 의문을 남겨 아쉽다. 나아질 기대는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 기대받으며 시작해도 쉽지 않은 게 대표팀"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축구협회를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 달 26일 국회에서 "규칙과 과정을 정한 건 축구협회다. 축구협회는 이를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 안 지켜진 부분은 확실히 지적할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홍명보호는 최근 주앙 아르소(52) 수석코치와 치아구 마이아(40) 전술분석 코치를 선임하며 A대표팀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국내 코치진으로는 박건하(51) 전 수원삼성 감독, 김동진(42) 전 킷치FC 감독대행, 김진규(39) 전 FC서울 전력강화실장이 합류했다.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홍명보호는 9월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팔레스타인, 오만과 2연전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당장 3차 예선 호성적이 축구협회를 향한 시선을 뒤바꾸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뉴시스

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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