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5곳 중 1곳 총수·친족·임원에 주식지급약정”
한화·에코프로 총수 2세에 약정
사익편취 규제대상 78개 집단 939개사…39개사 늘어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5곳 중 1곳이 총수나 친족·임원에게 성과 보상 등을 목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약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집단의 총수일가 보유 지분은 이전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국내 계열사 지분을 포함한 내부 지분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이런 내용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을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올해 5월 자산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88개 기업집단과 그 소속 회사 3318개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총수(동일인)·친족·임원에게 성과 보상 등 목적으로 주식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17곳이었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19.3%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신세계, KT, 카카오, LS, 두산, 네이버, 세아, 에코프로, 두나무, 아모레퍼시픽, 크래프톤, 대신증권, 한솔 등이다. 전체 약정 건수는 417건으로 유형별로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을 받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이 147건으로 가장 많았다. 통상 단기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약정인 스톡그랜트는 140건, 연봉의 일정 비율을 주식으로 지급한 뒤 성과 목표에 연동해 최종 지급액을 정하는 성과조건부 주식(PSU)은 116건이었다. 계약 체결 건수는 SK가 2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두산(36건)과 에코프로(2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 지급 조건(가득 조건)은 ‘10년간 고의의 중대한 손실이나 책임 미발생’(한화), ‘일정 기간 재직’(신세계·카카오·에코프로·두산 등), ‘기업공개’(SK) 등 기업별로 다양했다. ‘주가 증감률’(SK·네이버) 등처럼 성과에 연동해 최종 주식 지급 규모를 결정하는 약정도 다수 있었다. 총수·친족과 주식 지급 약정을 체결한 대기업집단은 한화·LS·두산·에코프로·아모레퍼시픽·대신증권·한솔 등 7곳이었다. 이중 한화·에코프로는 총수 2세에 RSU를 부여하는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주식지급거래 약정 체결 현황은 올해 처음 공개된 것이다. 공정위는 올해 4월 대규모기업집단 공시 매뉴얼을 개정해 주식 지급거래 약정의 부여일, 주식 종류, 수량 등을 연 1회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주식거래 지급 약정이 총수 일가 등의 지분율 확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RSU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경영권 승계의 간접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지는 않는지 등을 지속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총수·총수 관련자의 주식 비율)은 61.4%로 전년(82개·61.7%)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총수 지분율은 7.3%로 전년과 같았다. 이중 총수가 있는 집단(78개)의 내부 지분율은 61.1%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총수일가 지분율(3.5%)은 전년보다 0.2%포인트 감소한 반면 계열회사 지분율(54.9%)은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한국앤컴퍼니그룹(44.4%), 소노인터내셔널(35.6%), KCC(35.1%), 크래프톤(31.0%), 농심(28.7%) 등 순이었다.
총수는 77개 집단의 314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균 지분율은 8.2%였다. 총수 있는 집단의 계열회사 평균 지분율은 54.9%로 전년(54.7%)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총수 있는 집단 중 48개 집단의 85개 공익법인이 138개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평균 지분율은 1.15%였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총수일가 평균 지분율은 16.73%로 전년보다 0.24%포인트 감소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이거나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회사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78개 집단 939개사로 전년(72개 집단 900개사)보다 39개사(4.3%) 증가했다.
정보름 과장은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국외 계열사·공익법인 출자 등으로 간접적인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사례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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