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보낸 자수 도안들, 돌아올 수 있을까…국제갤러리 함경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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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함경아는 2008년 '자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가가 여러 의미를 담아 디자인한 도안을 중개인을 거쳐 북한의 수공예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면 다시 제3자를 거쳐 자수의 형태로 작가에게 돌아오는 프로젝트다.
돌아온 자수 작품에 작가의 손길이 더해지고 캔버스에 엮으면 작품이 완성된다.
지난달 3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수 프로젝트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예술이 어떤 조건이나 국가의 어떤 정책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면 참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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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작가 함경아는 2008년 '자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가가 여러 의미를 담아 디자인한 도안을 중개인을 거쳐 북한의 수공예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면 다시 제3자를 거쳐 자수의 형태로 작가에게 돌아오는 프로젝트다. 돌아온 자수 작품에 작가의 손길이 더해지고 캔버스에 엮으면 작품이 완성된다.
이 프로젝트는 불확실하기만 하다. 자수 작업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사실 돌아올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작가는 사실상 유령 같은 존재인 수공예 노동자들과 아무런 소통도 할 수 없고 그들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릴 뿐이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지난달 30일 시작한 함경아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디지털 시대, 익명의 존재들과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소통하려 하는 작가의 고민이 담긴 전시다.
K1 전시장에는 이런 불확실성을 뚫고 결국 돌아온 자수 작품들이 소개된다. 앙리 마티스의 종이 작업인 '컷 아웃' 작품 속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 2점에는 마티스가 샤를 보를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 수록된 시 33편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에서 착안해 그 시집과 같은 제목을 붙였다.
'SMS' 시리즈에는 짧은 문구들이 숨어있다.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장에서 자신의 외교 성과를 자랑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라는 표현을 썼던 데서 가져온 문구다.
자수 프로젝트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남북 관계 경색 등으로 2018년 이후로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마냥 길어지는 기다림의 시간에도 작가는 작업을 해야 했다. 자수 작품을 양쪽에 놓고 그사이를 여러 줄의 리본 테이프를 가로로 길게 줄 이은 삼면화 형식의 작품은 기다림의 시간을 형상화한 것이다.
K3 전시장에서는 새로운 작업이 놓였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화면처럼 수직, 수평의 격자에 추상표현주의의 이미지들을 풀어놓은 것처럼 다양한 직물로 된 리본 테이프를 직조한 작업이다.
한옥 전시장에는 길어지는 기다림의 시간을 눈물로 형상화한 듯한 이미지들이 담긴 태피스트리가 걸렸다.
지난달 3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수 프로젝트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예술이 어떤 조건이나 국가의 어떤 정책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면 참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작가로서 느끼는 그 상황을 해석하고 표현해서 시대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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