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차단`당한 브라질, "세상과 단절된 것 같다"

SNS 엑스의 로고

브라질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엑스(옛 트위터) 접속 차단 후 큰 혼란에 봉착했다.

브라질 누리꾼들은 엑스를 대신할 SNS를 찾거나 정치권에서는 엑스 차단 정당성을 놓고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31일(현지시간) "엑스 차단의 정당성을 놓고 사용자와 정치인들이 분열됐다"며 "많은 브라질인은 다른 SNS를 찾아 나서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예능작가인 시쿠 바르니는 인스타그램이 개발한 SNS 스레드에 글을 올리고 "나는 지금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마우리시우 산토루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뉴스사이트나 SNS에 접속하기 위해 VPN을 많이 사용해왔다"며 "이런 유형의 도구가 브라질에서 금지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디스토피아 같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앞서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을 물어 브라질 방송·통신 감독기관에 엑스 접속을 차단할 것을 명령했다. 또 앱스토어에서 엑스 삭제, 가상 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을 적발 시 5만 헤알(한화 1200만원 상당) 벌금도 부과하도록 지시했다.

엑스가 차단된 뒤 브라질 내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SNS '블루스카이'에 브라질인 유입이 상승하는 등 '플랫폼 이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블루스카이 측 최근 브라질인 신규 가입자가 약 20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엑스 차단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파야당인 자유당 소속 니콜라스 페레이라 하원의원은 "폭군들이 브라질을 또 다른 공산주의 독재 정권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레이라는 2022년 총선에서 당선된 연방의원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26세 유튜버다. 같은 당 소속 비아 키시스 하원의원은 판결을 내린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탄핵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인스타그램에서 "(엑스 차단은)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국가 안보부터 시민에 전달되는 정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브라질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브라질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모라이스 대법관의 결정을 지지했다. 룰라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브라질에 투자한 시민은 그가 어디에서 왔든 브라질의 헌법과 법률을 적용받는다"며 대법원 결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돈이 많다고 이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브라질 대법원 결정에 반발하는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를 직격하기도 했다.

엑스를 차단한 국가는 브라질 외 중국, 이란, 북한, 미얀마, 러시아, 이집트, 튀르키예,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