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프로 장비 총동원…키움이 초특급 호화 야구교실을 열었다! [SS 현장속으로]

황혜정 2024. 9. 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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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야구 동아리 이화플레이걸스 학생이 키움 2군 구장 불펜피칭장에서 투구를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 고양=황혜정 기자] “코치님! 안우진처럼 만들어 주십시오!”

키움의 자타공인 ‘파이어볼러’ 투수 안우진처럼 강속구를 꿈꿨다. 비록 시속 60㎞ 언저리 밖에 던지지 못하지만, 꿈은 자유랬으니 멋지게 160㎞를 빠른 공을 던지고 싶었다. 안우진을 키워낸 키움 코치진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그래서 공은 얼마나 빨라졌을까. 그 생생한 레슨 현장을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지난 31일 고양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 한 무리의 야구 유니폼을 입은 여대생이 모였다. 이들은 키움 2군 코치진들에게 2시간 가량 알찬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이 자리에 기자도 슬며시 끼어 함께 지도를 받았다. 바로 키움 구단이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이화여자대학교 야구 동아리 ‘이화플레이걸스’를 초청해 기획한 ‘2024 키움히어로즈X이화플레이걸스 야구교실’이다.

키움 채종국 코치가 이화여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면.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초고가의 장비가 총동원됐다. 키움 2군 코치진이 트랙맨까지 꺼내들며 ‘이화플레이걸스’ 투수, 포수 지원자들을 불펜피칭장으로 불러 모은 뒤 원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키움 오주원 코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안우진처럼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더니, 오 코치는 그립을 잡는 법부터 시작해 힘을 모으는 법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설명한 뒤, 직접 시범도 보였다.

한 학생이 손 힘이 약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자 “약지를 실밥에 더 얹어 놓고 던져보라”며 팁을 줬다. 곧바로 그 학생에게 오 코치의 ‘특급’ 포심 그립을 전해듣고 ‘반신반의’하며 힘차게 공을 뿌린 기자. 웬걸, 공에 힘이 확실히 들어갔다. 실밥이 채지는 느낌이 제대로 났다. 역시 베테랑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자 프로야구 지도자는 달랐다.

오주원 코치가 알려준 ‘특급’ 포심 그립을 배운 이화여대 학생이 기자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오 코치는 약지를 실밥에 조금 더 가까이 붙여, 힘이 약한 여성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법을 전수해줬다.


“야구는 기본부터 충실히!”

퇴근도 마다하고 학생들의 훈련 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키움 2군 설종진 감독이 이번 야구교실 내내 강조한 말이다. 설 감독의 예리한 레이더망에 걸린 한 학생이 있었다. 바로 26번 등번호를 단 이화여대 재학생 이주영(22)씨. 설 감독은 이 씨에게 다가가 “공 던지는게 너무 좋다. 투수도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며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이 씨는 “감독님께서 콕 집어 칭찬해주셔서 너무 영광이었고 감사했다. 키움 코치님들이 야구교실에서 세세한 자세와 하다못해 송구 실밥을 채는 법까지 다 봐주셨는데, 앞으로 이 순간을 떠올리며 훈련해 나갈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오주원 코치가 이화여대 학생들과 기자에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설종진 감독이 이화여대 학생에게 열정 지도를 하고 있다.


키움 김태완 코치가 배팅케이지에 선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다.


오주원 코치는 “여학생들은 처음 가르쳐 보는데,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잘해서 놀랐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정적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환경만 보완되면 더 잘 할 것 같더라. 야구는 남자들만 하는 스포츠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야구를 하는 여성분들을 보니 존경스럽고 마음도 뭉클해진다”고 했다.

오 코치와 노병오 코치는 파격 공약도 걸었다. 전국대회 단 1승 뿐인 이화플레이걸스가 전국대회 우승을 하는 그날, 소고기 회식과 함께 이화여대로 찾아가서 야구교실을 10번 더 열겠다는 것이다.

이화플레이걸스 대표를 맡고 있는 황보현(22)씨는 “이런 좋은 구장에서 훈련받게 해주셔서 너무나 영광스럽다. 아마추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시설과 세분화된 훈련법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라며 “여성 맞춤형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시며 야구를 더 잘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셨다. 야구교실을 기획해 주신 키움 구단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이대 학생들의 질의응답에 답해준 박준태 코치.


키움 관계자는 “전문적인 훈련과 경험이 부족한 대학 동아리에 야구 코칭의 기회를 제공해 여자야구 발전에 기여하고자 했다. 또한 야구를 통한 교류를 진행함으로써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자 했다”라고 이번 야구교실 기획 경위를 밝혔다.

키움 코치진이 말한대로 했더니 힘없이 붕 떠서 갔던 공에 힘이 실렸고, 구속도 빨라졌다. 키움 구단과 코치진은 워밍웝 단계부터 2군 트레이닝 코치가 지도하며 배팅볼 기계, 트랙내 등 고가의 장비까지 아낌없이 동원해가며 야구교실에 열과 성을 쏟았다.

아직 유니폼이 나오지 않은 신입부원을 위해선 키움 내야수 김혜성 ‘플레이어 티셔츠’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야구교실 종료 후엔 리모델링한 2군 식당에서 프로 선수들의 식단과 똑같은 저녁을 제공하며 마지막까지 특급 대접을 했다.

키움 코치진과 함께한 레슨 만족도는 1000%, 대만족 그 이상이었다. et16@sportsseoul.com

키움 구단이 ‘여자야구 활성화’를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바로 키움X이화플레이걸스 야구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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