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계약 운운하며 10대 여학생을 강제추행했다면 [법조 새내기의 판사체험]
10대 여학생 노예계약서 작성 후 강제추행
재판부 A씨에 징역 1년 선고후 법정 구속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
“건전한 성적가치관 형성에 지장을 초래”
<편집자주>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양형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국민이 직접 판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양형 절차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이에 새내기 법조기자로서 직접 선고를 해보면서 독자분들과 함께 양형판단에 대한 개념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연예인 고영욱 씨의 유튜브 채널 개설을 놓고 한바탕 논란이 있었습니다. 두문불출하던 고 씨는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에게 비난을 퍼붓었고 이후 고 씨의 채널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폐쇄됐습니다. 국민이 고 씨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그의 범죄 전력 때문입니다. 고 씨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에거 미성년자 3명을 총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징역 2년 6개월의 징역살이를 했습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도 국민의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운데 미성년자 강제추행은 더욱 더 국민의 용서를 받기 어려운 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강간 및 강제추행 발생 건수는 △2018년 2만3467건 △2019년 2만3531건 △2020년 2만1702건 △2021년 2만269건 △2022년 2만2484건입니다. 매년 2만건 이상 기록하는 범죄인 셈입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열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합니다. 강제추행 범위를 청소년으로 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을 보면 아동·청소년에 대해여 형법 제298조의 죄를 범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렇다면 양형기준까지 고려하는 재판부에서는 실제 사건에서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요.
#서울 경찰서는 10일 휴대폰 매장의 점장 A씨가 10대 여학생 B양을 성희롱하고 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의하면 강남구 소재의 한 휴대폰 매장의 점장으로 근무하는 A씨는 7000원 상당의 휴대폰 액세서리를 훔친 B양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B양을 매장 인근에 위치한 룸 형태의 식당으로 데려가 노예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손과 얼굴을 만지면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이후 B양은 어머니에게 사실을 털어놓았으며, B양의 어머니는 사건 당일 저녁에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사건 조사 과정에서 A씨는 B양을 훈계하는 목적이었으며,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나중에 B양을 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1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체험 프로그램에서 강제추행 사례를 선택하고 판사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검사와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전을 보기 전에 사건 개요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노예계약서라는 단어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학생이 물건을 훔치려고 했다는 점이 있지만 계약서를 작성하고 강제추행을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혐의를 인정했지만 집행유예를 받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해 최초 선택으로 1년 이하의 실형을 골랐습니다.
변호인은 A씨의 범행의 정도가 약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변호인은 “순간적인 실수로 저지른 범죄로 추행의 정도가 약하다”며 “자신의 실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 측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범죄라는 사실을 부각했습니다. 검사는 “피해자는 미성년자이고 피고인은 이전 몰카 사건으로 성범죄 전과가 2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나이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노예계약서를 쓰게 하고 얼굴과 손을 만지는 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며 “진지한 반성도 없고 피해 회복 노력도 안 해 엄벌이 처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 변호인은 “과거의 전과는 벌금형이고 범행 내용도 본 사건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절도가 이 사건의 발단이지만 피해자와 피해자 어머니에게 수차례 연락해 책임을 진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사죄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법정에 나온 피해자의 변호인은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며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법정 공방을 본 이후 청소년 강제추행에 대한 양형기준을 봤습니다. 청소년 강제추행(위계·위력추행 포함)는 △감경 1년~2년 △기본 1년8개월~3년 △가중 2년8개월~4년8개월입니다. 청소년에 대한 범행을 했다는 점에서 가중 영역에 들어간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성범죄와 관련해 벌금형 전과가 있다는 점에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가중 영역 양형을 기준으로 징역 3년을 최종 선택했습니다. 실제 재판부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과 상당한 충격을 줘 건전한 성적 가치관 형성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과거 성범죄 전력이 2회나 있는 점은 불리한 양형 요소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라는 특별감경인자가 존재해 양형기준상 감경 영역에 있다”며 “권고 형량은 징역 1년~2년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검사 측이 피고인에 대해 부수 처분을 재판부에 요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습니다. 성범죄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부수 처분이 발생합니다. 프로그램 이수 이외에 신상정보 등록 의무, 공개 명령, 고지 명령,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등이 있습니다. 이 부수처분에 따라 재판부는 A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이름 및 주민번호, 주소 등 신상정보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도록 부과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사안에 따라 성폭력범죄 개요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유치원장 등에게 고지하기도 하지만 피고인의 경우 유리한 사정들을 참작해 공개 및 고지명령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부연했습니다.
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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