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빚투' 때보다 심각…너도나도 영끌 '초유의 상황'

신민경 2024. 9. 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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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영끌
29일까지 7.3조 증가…최대 기록 경신 가능성도
가계대출 8.3조↑·3년 4개월 내 최대폭
집거래 급증에 가계대출 단기 진정 어려울듯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였지만 좀처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급증 추세인 만큼, 짧아도 두세 달 안에 가계대출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문턱도 당분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주담대 증가폭 두달째 7조원 넘어…3년전 영끌 광풍 웃돌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7조735억원이다. 지난 7월 말(559조7501억원) 대비 7조3234억원 불었다.

역대 월간 최대 증가 폭이었던 7월(+7조5975억원)보다는 약 2000억원 적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주요 은행들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의 강한 대출 억제 조치가 쏟아진 점을 감안하면 두 달째 유례가 없는 급증세가 이어진 셈이다.

더구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1일)을 앞두고 30∼31일 '막차' 수요가 몰렸다면, 8월 전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8조원 안팎으로 7월 기록을 경신했을 가능성도 있다.

신용대출도 29일 만에 8202억원(102조6068억원→103조427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끌어 쓰면서 3개월 만에 반등했다.

8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조3234억원(715조7383억원→724조617억원)으로,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썼다.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시작된 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사진=뉴스1


가계대출 역시 남은 영업일 이틀(30∼31일) 취급액까지 더해지면 9조원대에 달할 수도 있다.

2021년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0%대 기준금리(2020년 5월∼2021년 11월 0.5∼0.75%)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2%대에 불과해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한창이던 시기다.

결국 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 '광풍' 당시와 비교해 현재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빠르다는 뜻이다.

7월 서울 주택매매 1만건 넘어…시차 두고 가계대출 증가로

은행권은 이런 가계대출 급증세가 당장 수개월 안에 급격히 꺾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거래 시점으로부터 약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되는데, 최근까지 주택 매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신고일 기준)는 1만2783건으로 6월보다 41%나 늘어 2년 11개월 만에 1만건을 넘어섰다.

우리도 주담대 만기 30년으로 축소…전세대출도 제한

따라서 당분간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자 입장에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주택담보대출 만기 축소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줄어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식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실수요자 중심 가계부채 효율화 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이렇게 하면 DSR 상승으로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연 4.5%의 금리로 대출받는 경우 대출 한도가 3억7000만원에서 3억2500만원으로 약 12% 줄어든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장기간을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인다.

아울러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된다.

다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 반환자금 용도의 주택담보대출은 예외로 취급된다.

앞서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택담보대출 대출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일괄 축소하고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를 물건별 1억원으로 줄였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은행권 처음으로 오는 9일부터 당분간 무주택자에게만 전세자금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대출 대상을 전 세대원 모두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로 제한할 예정이다.

아울러 다주택자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택을 추가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은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가계부채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이를 1주택자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안에서만 취급한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중단된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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