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4번 충돌…남중국해 합의 무색한 필리핀-중국

김서영 기자 2024. 9. 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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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중국 선박이 고의로 들이받아”
중국 “전적으로 필리핀 책임” 반박
필리핀 해경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해경 선박 5205호가 자국 선박을 들이받았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장면. EPA연합뉴스

남중국해(필리핀명 서필리핀해)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가 무색하게 필리핀과 중국이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은 지난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맞부딪히며 갈등을 표출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과 중국은 이날 남중국해에서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사비나 암초(중국명 셴빈자오)에서 상대국 선박이 자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각각 주장했다. 필리핀 측은 충돌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중국 선박 5205호가 직접적·고의적으로 필리핀 선박을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괴롭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철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측은 필리핀 선박이 “암초에 불법적으로 정박했고 의도적으로 중국 선박을 훼손했다”며 “전적으로 필리핀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필리핀에서 즉각 철수하거나 아니면 결과를 감수하라고 경고했다.

이날을 포함해 양국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충돌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이후 약 2주 동안 네 차례 공방을 주고받는 등 최근 들어 갈등이 잦아졌다. 지난달 26일에도 사비나 암초에서 마찰을 빚었다. 당시 필리핀은 사비나 암초에 정박 중인 자국 선박에 물자를 보급하려 했으나 중국 선박이 물대포를 쏘는 등 방해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충돌을 줄이기 위해 맺은 임시 합의도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양국은 지난 6월 사비나 암초에서 60~70㎞ 떨어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필리핀명 아융인)를 둘러싸고 협상을 시작했다. 해당 암초 인근에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빈번해지자 이를 막으려는 취지였다. 이어 양국은 지난 7월21일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 좌초한 필리핀 선박 상주 병력에 물자 보급을 하는 방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이 합의는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 한정된 것이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양국이 남중국해 갈등 수위를 낮출 수 있으리란 기대가 나왔다.

필리핀과 중국은 여전히 남중국해 일대에서 자국의 영유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사비나 암초에 이어 스프래틀리 군도의 티투섬이 새로운 갈등 지점으로 부상했다. 티투섬은 필리핀 팔라완섬에서 285해리(528㎞) 떨어져 있으며 필리핀뿐만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대부분 어부인 주민 약 400명이 거주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12월 이곳에 레이더, 선박 추적 및 기타 모니터링 장비를 갖춘 해경 기지를 설립했다. 지난 7월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나서 티투섬에 공항과 활주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은 필리핀이 “미국이나 일본 등 외부 국가의 군함과 전투기를 불러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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