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활용 우려 ‘RSU’…한화·두산 등 7개 재벌집단 총수일가 지급

안태호 기자 2024. 9. 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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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성과 연동 보수제도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7개 재벌집단에서 총수가족까지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시점이 지난 뒤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알에스유(RSU)는 총수일가의 승계 및 지배력 확대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한화와 에코프로는 승계 문제가 걸려있는 '총수 2세'에게 알에스유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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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양도제한 조건부주식’ 현황 첫 공개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기업들이 성과 연동 보수제도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7개 재벌집단에서 총수가족까지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시점이 지난 뒤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알에스유(RSU)는 총수일가의 승계 및 지배력 확대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하 대기업집단) 88곳 중 17곳에서 지난해 알에스유 총 417건이 체결됐다. 이 가운데 총수가족까지 알에스유를 지급한 곳은 7곳으로 드러났다. 총수일가 19명에게 총 22건이 지급됐다. 한화, 엘에스(LS), 두산, 에코프로, 아모레퍼시픽, 대신증권, 한솔 등이다.

특히 한화와 에코프로는 승계 문제가 걸려있는 ‘총수 2세’에게 알에스유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첫째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총 32만7208주 상당 알에스유를 받았다. 그는 10년 뒤 이 주식(50%는 주가연동현금 지급)을 취득한다.

총수가 직접 알에스유를 받는 사례도 나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3년 뒤 ㈜두산 주식 3만2226주를 취득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올해 동일인(총수) 지위에 올라선 대신증권 3세 양홍석 부회장도 각각 5390주와 7만2009주를 상당의 알에스유를 받았다.

알에스유는 전문경영인이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에 눈 돌리도록 설계된 보상제도 가운데 하나다.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도입되기 시작했고, 2020년대 국내 기업들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특별한 성과 조건을 부여하지 않고 수년 뒤 대규모 주식을 무상 지급할 경우, 총수가족의 승계 및 지배력 확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스톡옵션(주식우선매수권)의 경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지급 못 하도록 법으로 못 박아둔 것과 비교하면 알에스유는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공정위가 올해부터 대기업집단의 알에스유 공시를 의무화했고, 처음으로 분석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이날 공정위 자료를 보면,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받은 알에스유만으로 향후 ㈜한화 지분 0.11%를 확보하게 된다. 박정원 회장과 양홍석 부회장도 각각 0.2%와 0.14%의 지분을 손에 쥔다. 알에스유가 매년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해가 갈수록 확보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엘에스는 이런 논란을 고려해 지난해 지급한 알에스유를 올 3월 철회한 바 있다.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알에스유가 경영권 승계의 간접적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한 사익편취 등에 해당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 법 위반 시에는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알에스유를 도입한 한화 쪽은 “알에스유는 단기성과급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단기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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