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硏 "책무구조도 제도, 보험사 규모 고려해 차등적 규제방안 검토해야"
"영국, 호주, 싱가포르 사례 참고해야"
[파이낸셜뉴스] 최근 개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모든 보험회사가 향후 1년 또는 2년 이내로 책무구조도를 마련해 제출해야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회사 규모 등에 따른 차등적 규제 도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법 리뷰-책무구조도 제도의 차등적 규제방안 검토'를 통해 "이번 개정은 금융회사의 자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규제준수 부담 증가로 소규모 금융회사의 경우 운영 상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3일 책무구조도 및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이하 ‘내부통제등’) 관리의무 도입을 위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등이 필요한 회사 내 책무를 판별해 중복·누락·편중 없이 배분해야 할 뿐 아니라, 책무를 배분받은 임원이나 임원의 직책 및 책무가 변경될 때마다 최초 제출 시와 동일하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원별 책무기술서 및 책무체계도를 다시 마련하고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부담은 자산이나 인력 측면에서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의 경우에 상대적으로 클 수 있는데, 이들에게 규모가 큰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경우 불균등한 규제 부담과 과도한 비용으로 인해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외국보험회사 국내지점의 경우 임직원 수가 10명 내외에 불과한 경우가 있으며, 국내보험회사 중에도 디지털 손해보험회사와 같이 특정 채널과 상품에 집중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나아가 펫보험 등 다양한 미니보험 활성화를 위해 2021년 도입된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는 아직 한 건의 진입 사례도 없으며, 그 원인으로 종합 보험회사와 동일한 규제 적용으로 인한 운영 부담이 거론되는 가운데 개정 법률의 규제까지 적용되면 시장 진입은 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보다 앞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해외 주요국들은 금융회사의 규모 내지 유형에 따라 차등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 회사의 자산규모 및 회사 유형별로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데, 자산규모가 작은 보험회사에는 책임지도 마련·제출 의무가 적용되지 않고 대상 임원 범위도 제한적이다.
호주도 총 자산이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는 책임성지도 및 책임성진술서 마련·제출 의무와 기재사항 중대 변경 시 통지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임직원 수가 50인 미만인 금융회사의 경우 고위관리자의 책임성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적용되지만 세부지침(임원 책임 및 경영구조 문서화 등)까지는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해 유연한 적용을 허용했다.
양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의 개정 법률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모든 금융회사를 적용 대상으로 하고, 세부 규제에 관해서도 금융회사의 자산이나 임직원 수 등 규모에 따라 차등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며 "이러한 태도는 해외 주요국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불균등한 규제 부담과 과도한 비용으로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의 운영이나 시장 진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회사 규모 등에 따른 차등적 규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가운데, 회사 규모가 작아 구조가 단순하고 책임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에는 규제 비례성 확보 및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완화된 규제를 적용할 소규모 보험회사의 기준 및 책무구조도 마련·제출 의무 완화 등 제도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규제준수 부담을 덜 수 있는 세부 방안에 관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 연구위원에 따르면, 차등적 규제 대상이 될 소규모 보험회사를 설정하는 방안으로는 △영국, 호주와 같이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방안 △싱가포르와 같이 임직원 수를 기준으로 하는 방안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 등 특별히 진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책무구조도 마련·제출 의무에 관해서는 △싱가포르(소규모), 호주처럼 책무기술서 및 책무체계도 작성과 제출을 모두 자율에 맡기는 방안 △영국과 같이 책무체계도 마련·제출 의무만 면제하는 방안 △싱가포르(일반)와 같이 책무기술서 및 책무체계도 마련 의무는 부여하되 제출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양 연구위원은 "새로 도입된 책무구조도 제도가 자율적 내부통제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로 자리잡기 위해 준비 및 시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한 바, 향후 보험업의 특성과 규모에 맞는 차등적 규제방안에 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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