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두산 등 대기업집단 20%는 총수, 친족, 임원에 주식지급약정

김세훈 기자 2024. 9.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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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 종로 일대. 연합뉴스

한화·두산 등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5곳 중 1곳은 총수나 친족·임원에게 주식 지급 약정을 맺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시기가 지난 뒤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지급(RSU) 제도는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공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을 보면, 자산이 88개 공시대상기업집단(계열사 3318개사) 중 17개 기업집단이 동일인과 친족 및 임원에 417건의 주식지급 약정을 체결했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19.3% 수준이다.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신세계, KT, 카카오, LS, 두산, 네이버, 세아, 에코프로, 두나무, 아모레퍼시픽, 크래프톤, 대신증권, 한솔 등이었다. 주식지급 약정 현황은 올해 처음 공개됐다.

이중 한화·두산·아모레퍼시픽 등 7개 기업집단은 동일인 또는 친족과 주식 지급 약정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와 에코프로는 총수 2세와 RSU 약정을 체결했다. 한화의 경우 10년 간 고의의 중대한 손실이나 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면 주식을 취득할 수 있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주)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RSU를 받았다. 그간 RSU 등이 간접적인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약정 유형은 약정체결 후 조건 충족되면 이후 주식 지급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1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과급 형식으로 지급하는 스톡그랜트(140건), 성과조건부주식(116건) 순이었다. 기업 집단별 체결 건수는 SK가 2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두산(36건), 에코프로(27건), 포스코(26건), 한화(16건), 네이버(16건)순이었다. SK의 경우 모두 임원과 스톡그랜트 등 성과급 성격의 주식 약정을 맺은 것이었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61.4%를 기록했다. 지난해(61.7%) 처음 60%를 넘어선 뒤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내부지분율은 계열회사의 총발행주식 중 동일인·친족·계열회사·비영리법인·임원 등이 보유한 주식 비율이다.

총수가 있는 기업 집단 78곳의 내부지분율은 61.1%로 전년(61.2%)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중 총수일가 가진 지분은 3.5%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0.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계열회사가 가진 지분은 54.9%에 달했다. 계열회사 지분율은 2020년 50.7%에서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한국앤컴퍼니그룹(44.4%), 소노인터내셔널(35.6%), 케이씨씨(35.1%), 크래프톤(31.0%), 농심(28.7%) 순이었다.

국외계열사와 공익법인 등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기업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사례도 있었다. 기업집단 18곳은 총수 일가가 49개 국외계열사에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집단 49곳은 95개 비영리법인(공익법인 포함)이 143개 국내 계열사 주식을 소유했다. 비영리법인을 보유한 기업 집단 수는 전년(46개)보다 3곳 늘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78개 집단의 939개 사로 지난해 72개 집단의 900개 사보다 39개사(4.3%) 증가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이거나 총수이락 보유지분이 20%인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경우에 지정된다.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내 계열사를 활용한 내부지분율 상승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외계열사, 공익법인, 주식지급 약정 등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사례도 면밀히 감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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