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010' 변작기 설치한 외국인…건물에 몰래 들어갔던 이유
이강 기자 2024. 9. 1. 12:00
▲ '070→010 둔갑' 변작 중계기
보이스피싱 조직의 제안을 받고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설치해 관리한 말레이시아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배진호 부장판사는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말레이시아 남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오늘(1일) 밝혔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이 남성은 지난해 6월쯤 항공권을 줄 테니 한국에서 중계기를 설치, 관리하면 건당 1천 링깃(약 28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월급 3천 링깃(약 84만 원)을 받던 남성은 이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숙식도 제공한다는 말에 입국한 뒤 야간에 대전의 여러 건물에 침입해 옥상 분전함 등에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하고 관리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남성이 설치한 변작 중계기로 해외 발신 번호를 국내 전화번호로 약 2천여회 둔갑시켜 사기 범행에 이용했습니다.
이 남성은 설치한 중계기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거나 조직원들과 사기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중계기가 범행에 사용되리라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이 장비를 설치해 사기 범행에 가담한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중계기 설치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기 범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가담 정도가 무겁다"며 "설치한 중계기 수가 많고 2천회 넘는 전화번호가 변작 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이강 기자 lee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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