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의식' 트럼프 낙태놓고 오락가락…보수 당혹 "즉흥정치하냐"

신재우 2024. 9. 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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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반대' 강경에서 중도·여성표 의식해 유동·모호 입장으로
'임신 6주후 낙태금지 과해" 발언에 보수진영 비판 쏟아져
"곤경에 처해 나온 행동" 분석…"'보수, 나 못 떠나' 자신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낙태'가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지지층에서 당혹감이 감지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낙태와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 변천을 소개하면서 "그는 대선 승리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의 수사적, 정책적 변화를 꾀할 의향이 있어 일부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을 짜증 나게 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낙태 옹호자였으나 이후 낙태 반대론자가 되었다가 최근 몇주간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주의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유동적'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3세이던 1999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을 '낙태권에 매우 찬성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는 2011년에 별다른 설명도 없이 보수 콘퍼런스에서 자신을 '낙태 반대자'가 됐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2016년에는 MSNBC 방송에서 낙태권에 매우 반대하며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도 지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NYT는 "트럼프는 2016년 사회적 보수주의자인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의 도움과 '로 대 웨이드'를 끝장낼 판사들을 임명하겠다는 약속으로 승리했다"며 "트럼프는 그것(판사 임명)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해왔다"고 짚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2년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고, 이후 공화당이 다수인 주에서는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이 통과되는 등 낙태권 제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시점에 여성·중도층을 이반시킬 수 있는 낙태 반대가 자신의 대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했다.

그는 표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입장을 정리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혼란스럽고 유동적인 정책을 남발하면서 혼선을 불러왔다.

그는 낙태 문제는 개별 주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플로리다가 도입한 '임신 6주 후 낙태금지법'에 대해서는 "끔찍한 실수"라고 비난했다.

또 애리조나주 고등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치다"며 주의회 공화당 의원들에게 해결을 압박했다.

그는 지난 29일 NBC 인터뷰에서도 플로리다주 여성들이 임신 중단을 결정하기엔 "6주가 너무 짧다"면서 플로리다주가 예정한 낙태권 보장 헌법 개정 주민투표에 찬성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낙태 반대 진영에서 "트럼프가 플로리다의 낙태 반대자들을 정면에서 찔렀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그는 다음날 폭스뉴스에 나와 플로리다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보수 사이트 레드스테이트 설립자 에릭 에릭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즉흥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아무 계획도 없이 즉흥 라이브를 하고 있는데 이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반대하는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에 대해서도 최근 "IVF 시술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정부가 내거나 여러분의 보험사가 지불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좌)와 민주당 후보 해리스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NYT는 다수의 보수주의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 변화를 지켜보면서도 지지를 접지 않고 있으며, "그가 하는 말이 그저 당선되기 위한 행동일 뿐이며,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가장 반낙태적인 대통령으로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몇주간은 대선 승리를 원하는 '트럼프의 마음'을 이해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도 힘겨운 시간이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 상관의 '모순된' 입장에 대해 "자신이 곤경에 처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수세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성, 심지어 보수적인 여성이라도 생식권을 포기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기반을 무시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회적 보수주의 운동 지도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과 요즘의 복음주의 유권자들이 점점 더 문화적 기반 위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고, 과감하게 그들을 버릴 수 있다고 느꼈다"고 분석했다.

자신과 보수 지지기반의 유대감이 단단해 정책에 있어 지지층을 비껴간다고 해도 자신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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