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허덕일 때 부활한 버팀목…'8월 ERA 0.73' 롯데 불펜의 역사가 마지막 힘을 짜낸다
[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불펜의 역사가 모두가 지쳐갈 때 팀을 지탱했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34)이 부활했고 한여름 불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구승민의 올 시즌 초반 페이스는 모두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풀타임 불펜 투수로 자리 잡은 이후 최악의 부진이 이어졌고 쉽사리 부진의 늪을 탈출하지 못했다. 개막 이후 4월까지 두 달 동안 9경기 평균자책점은 21.94에 달했다. 1이닝을 버티는 게 쉽지 않았고 5⅓이닝 동안 무려 17개의 안타, 4개의 홈런을 얻어 맞았다. 13실점을 헌납했다. 4월 초, 그리고 5월 초, 두 차례나 2군에 다녀와야 했다.
5월 한 달 동안 7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17로 안정을 찾아갔지만 그렇다고 구승민 본래의 모습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겨우 평균자책점 10점대에서 내려왔다. 그래도 시즌 초반 겪었던 최악의 부진에서는 벗어났고 평균자책점도 미약하게나마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승민은 다시 본래 롯데 불펜의 버팀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모두가 지쳐가던,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은 구승민의 시간이었다. 8월 한 달 동안 12경기 등판해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0.73(12⅓이닝 1자책점)의 짠물 피칭을 펼쳤다. 9피안타 5볼넷을 내줬지만 대신 16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구위와 포크볼의 각도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성적도 따라왔다. 8월 한 달 동안 롯데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4.02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좋았다. 구승민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팀의 불안한 불펜 사정상 멀티 이닝을 소화해야 하고 또 홀드 기록을 못 챙길 때도 있지만 구승민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마지막 5강 경쟁의 승부처에서 더할나위 없는 플러스 요소다. 지난달 29일 사직 한화전, 38안타 25득점이 나온 난타전에 자정이 넘어서 끝난 무박 2일 경기, 롯데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실점을 기록하지 않은 투수가 구승민이었다. 구승민은 이날 1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혼란의 경기를 잠재웠다.
기세를 이어가야 할 경기이자 8월의 마지막 경기였던 31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1⅓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 중반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6-4로 앞선 6회말 2사 2루에 등판한 구승민은 첫 타자 이유찬을 주무기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7회말에도 올라온 구승민은 첫 타자 정수빈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허경민에게 좌선상 2루타를 내주며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제러드 영에게 중견수 방면 큼지막한 뜬공을 얻어 맞았지만 잠실구장 가장 깊은 쪽의 워닝트랙에서 타구가 잡히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쨌든 2사 3루가 이어졌고 양의지를 3루수 얕은 뜬공으로 솎아내 추격 및 동점 위기를 극복했다. 구승민이 위기를 넘기자 타선도 8회초 나승엽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면서 7-4로 리드를 늘렸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구승민은 롯데 불펜의 역사다. 통산 116홀드를 기록 중이다. 롯데 구단 최초 100홀드 투수이자 구단 최다 홀드 기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KBO 불펜 투수 역사에서도 구승민은 꽤 비중 있는 선수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했다. 역대 단 2명 밖에 없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바로 구승민이다.
이런 구승민이 올해 초반 부진에 허덕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불펜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고 헌신했던 구승민의 올 시즌 부진에 비판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게 구단 안팎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하지만 구승민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고 마지막 승부처에서 힘을 짜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구승민은 지난 7월 31일, 득녀를 했다. 아버지가 된 구승민의 책임감이 롯데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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