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소반장 보유자’ 추용호 인간문화재 사망

최상원 기자 2024. 9. 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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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인 추용호 장인이 통영소반 제작 과정을 직접 시범을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인간문화재)인 추용호(74) 장인이 지난달 30일 국가등록문화유산 제695호인 경남 통영시 도천동 자신의 공방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남 통영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저녁 7시께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추용호 장인의 주검은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공방을 겸한 집에서 혼자 살았기 때문에 사망 당시 목격자는 없다.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2일 부검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빈소는 통영시 서호동 숭례관 장례식장에 차려지며, 부검 이후 장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추용호 장인은 유일한 통영소반장이다. 소반은 작은 밥상으로, 소반 제작 기술자를 소반장이라고 한다. 통영소반은 나주소반·해주소반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소반으로 꼽힌다.

추용호 장인은 아버지 추웅동(1912~1973) 장인의 대를 이은 인간문화재이다. 아버지 추웅동 장인의 고모와 통영 출신 세계적 음악가인 윤이상 선생의 아버지는 부부였다. 윤이상 선생의 아버지는 통영소반장이었다. 추웅동 장인은 옆집에 살았던 고모부(윤이상 선생 아버지)로부터 소반 제작 기술을 배웠고, 1973년 세상을 뜨기 얼마 전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추용호 장인은 생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아버지로부터 어려서부터 소반 제작 기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이어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주문만 받아두고 완성하지 못한 것이 많이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신용을 지켜드리기 위해 주문받아둔 것을 내가 만들어서 보냈는데, 그때부터 이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소반 제작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킨 끝에 2002년 4월4일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됐고, 2014년 9월16일 아버지에 이어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추용호 장인은 최근 10여년 동안 공방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가 공방을 겸해 사용하는 통영시 도천동 집은 그의 할아버지가 1868년 지은 것으로, 이곳에서 그의 아버지 추웅동 장인이 태어나 평생 살았고, 그 역시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줄곧 살았다. 전체 면적은 50㎡로, 마당을 가운데 두고 방 2개, 부엌, 화장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담장은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무너져 콘크리트로 다시 만들었고, 초가지붕도 1960년대 슬레이트로 바꿨지만, 기본 구조와 흙벽으로 된 내부는 그대로다. 통영에는 1600년대부터 삼도수군통제영이 관리하던 12공방이 있었는데, 그의 집은 마지막 남은 공방이었다. 또 그의 집 대문 앞 빈터는 윤이상 선생의 생가터다.

그러나 2011년부터 도천동 일대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던 통영시는 추용호 장인이 집 철거에 반대하자, 2016년 5월30일 강제집행을 했다. 추용호 장인이 잠시 외출한 틈을 타서 집 안에 있던 가재도구와 소반을 만드는 도구·재료를 모두 들어내고 대문에 못질을 해서 출입을 통제한 것이다.

자신의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추용호 장인은 대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했다. 당시 추용호 장인은 “이 집은 140년이 넘은 건물로, 400년 맥을 이어온 통제영 12공방의 마지막 남은 공방이다. 통영시가 나서서 보존하지는 못할망정 도로를 확장한다고 강제로 헐어내려느냐, 이것이 문화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통영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도로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확장한다면 내 공방은 물론 윤이상 선생 생가터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문화재청은 2017년10월23일 “살림집의 안채와 작업공간인 공방의 기능을 겸하고 있는 공방 주택으로 통영지역 전통공예 장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학술적 자료”라며 ‘통영 소반장 공방’을 국가등록문화유산 제695호로 지정했다. 또 공방 이전·복원을 추진하되, 장소는 협의를 통해 추후 정하도록 결정했다. 공방 이전은 정밀안전진단 등 절차를 밟아 2028년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추용호 장인은 공방 이전에 반대하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끝까지 지키려던 공방에서 생을 마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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