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문구몰도 폐업 중”…북적이던 ‘학교 앞 사랑방’, 어디로 갔을까 [문구점이 사라진다]
코로나·유통채널 다양화 속 문구업계 쇠퇴
매년 수백개 사라지며 도매시장도 벼랑끝
문구점 보호 조례·2세 교육하며 생존모색
[헤럴드경제=김희량·전새날 기자] “6개월은 물론 1년 월세가 밀린 가게가 한둘이 아닙니다. 월급이 몇 달이 밀렸는데도 일자리를 못 찾아 문구거리를 떠나지 못하는 분도 있습니다.”
30일 오전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 이곳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최대의 문구 시장이다. 한때 120여 개의 상점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모습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먼지가 쌓인 문구류와 빛바랜 스티커들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북적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다들 버티는 분위기”라면서 “만원에 팔던 걸 500원 팔며 땡처리하는 가게들도 있다”고 했다. 거리에는 한국인보다 중국이나 대만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주 보였다. 친구 3명과 함께 캐릭터 문구점을 찾아온 30대 대만인은 “귀여운 걸 좋아하는데 인터넷에서 문구류를 한 번에 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구매처 확대 등 시대의 변화 속에서 국내 문구업계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도 문구업계에는 악재가 됐다. 교육부가 2011년부터 진행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대표적이다. 학생 개인들이 물품을 살 필요가 없어지면서 문구류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박근혜 정부가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동네에 하나씩 있던 문방구도 자취를 감췄다.
1일 통계청과 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문구소매점 수는 7800여 개(추정)로, 2019년(9468개) 대비 20% 줄었다. 무인문구점 수는 제외한 수치다. 사라진 문구점은 매년 333개로, 하루에 하나씩 사라졌다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1990년대 3만여 개에 달했던 문방구는 2017년 1만개 아래로 떨어졌다. 이제 그 자리를 편의점, 다이소 등 대형 유통업체가 대신하고 있다.
편의점의 문구류 매출은 꾸준한 상승세다. 매출이 급증한 시기는 코로나19로 문구점 폐점 영향이 두드러졌던 2022년이다. 그해 GS25의 문구·완구류 매출 증가율은 62.6%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부터 문구점의 폐점이 늘었는데 대체 판매처로 편의점이 떠오르면서 매출이 늘었다”면서 “캐릭터 관련 완구와 문구 상품을 계속 늘리며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1~7월 편의점 문구 및 완구류의 매출 증가율은 14.1%, 16.4%에 달했다.
다이소 역시 전년 대비 문구류 매출액이 2023년과 올해 1~7월 약 10%대 성장했다. 전체 상품 중 다이소의 문구류 비중은 5% 미만이다. 하지만 상품수는 3년 전 대비 약 20% 가까이 늘었다.
온라인 문구 거래액도 급증했다. 온라인 사무·문구 거래액은 2020년 1조874억원에서 지난해 1조917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럼에도 온라인 문구몰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폐업하는 문구·소품·디자인 몰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 폐업한 문구몰 바보사랑에 이어 NHN위투가 운영하는 디자인쇼핑몰 1300k 또한 내달 30일을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문구업계도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문구유통협동조합은 올해 6월 처음으로 문구업계 2세들 대상 문구점 역량 강화 교육을 1박2일 동안 진행했다. 30여 명이 참석한 이 교육에서는 해외 문구점들의 벤치마킹 사례나 진열방식, 캐릭터나 엔터테인먼트 상품에 대한 소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됐다. 문구업계 신규 창업자를 위한 교육도 준비 중이다.
위기가 확산되면서 문구점을 살리기 위한 조례를 통과시킨 지자체도 등장했다. 부산시는 지난 6월 전국 최초로 지역 문구점 이용 활성화를 위한 ‘부산시교육청 학습준비물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에 따라 부산시 교육감은 앞으로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초·중·고교 인근 문구점 이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정부도 나섰다. 동반성장위원회와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및 대기업 4개사(다이소·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2026년 10월까지 해당 4개 업체의 신학기 할인 행사, 문구류 묶음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원책의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문구업계가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귀해지면서 아이, 부모들의 소비 눈높이도 동시에 올라갔다”면서 “문구점보다 더 세련되고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 환경이 된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아이와 부모가 같이 가서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 혹은 차별화된 고객관리나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정체성이 더욱 모호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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