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표 의식하는 해리스·트럼프…주요 현안 잇따라 ‘말바꾸기’

이본영 기자 2024. 9. 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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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일이 가까워지자 주요 사안들에 대한 입장을 속속 뒤집고 있다. 중도층과 부동층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오려는 노력이지만 말 바꾸기에 대한 비난 등 역풍도 불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9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민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한 변화된 입장을 한 번에 제시했다. 우선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는 셰일가스 채굴 공법인 프래킹(수압파쇄)을 금지하겠다고 했으나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프래킹은 오염이 심하고 소아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 때문에 금지 운동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는 셰일가스 생산이 활발한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의식해 입장을 바꿨다는 게 중평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도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즉각 휴전도 주장했으나 무기 지원에 대한 명확한 입장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 ‘2020년 경선 때 불법 월경을 비범죄화하자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런 행위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며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는 사람들을 다루는 법이 있으며, 그것은 준수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주요 이슈인 임신중지를 놓고 태도를 바꿨다. 과거에는 임신중지를 한 여성은 처벌하자고까지 하더니 지금은 자신을 지지하는 기독교 우파의 전국적 임신중지 불법화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자신이 매우 보수적 인물들을 투입한 연방대법원이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하는 바람에 수세에 몰린 그는 임신중지는 각 주별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러닝메이트인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은 엔비시(NBC) 인터뷰에서 의회가 전국 차원의 임신중지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지난 29일 유세에서 “체외인공수정(IVF)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정부나 보험사가 부담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일부 기독교계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체외인공수정에 적극적 지원 방침을 밝힌 것도 ‘변신’으로 읽힌다. 31일에는 자신이 사는 플로리다주의 마리화나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플로리다주는 대선과 함께 마리화나 합법화와 관련한 주 헌법 개정 주민투표를 한다. 공공장소 흡연 금지를 조건으로 달기는 했으나 진보층이나 비종교인들의 선호 정책을 지지한 것에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두 사람이 입장을 바꾼 주제들은 상대가 약점으로 여기고 집중 공격을 해온 것들이다. 이들은 서로의 입장 변화는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거짓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체외인공수정 지원에 대한 상대의 입장에 대해 “트럼프는 숨쉴 때마다 거짓말한다”는 성명을 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 출신 급진주의자”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속지 말자고 했다.

돌변이 기존 지지층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입장 변화에 대해 “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번창하는 청정에너지 경제를 키울 수 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놨지만 진보 진영의 불만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루 만에 말을 뒤집는 소동까지 벌였다. 그는 엔비시 인터뷰에서 플로리다주가 6주 뒤의 임신중지를 불법화한 것을 무효화할지를 묻는 개헌 투표도 대선 때 하는 것과 관련해 “난 6주 이상 기간을 갖는 것에 투표하겠다”며 찬성표를 던질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임신중지 불법화론자들의 격렬한 반대가 표출된 가운데 이튿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말을 번복했다. 6주는 너무 짧지만 민주당은 9개월까지 임신중지를 합법화하는 “너무 급진적”인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투표는 ‘민주당 계획’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게 아니다. 또 민주당은 그런 계획을 밝히지 않았고, 폐기된 ‘로 대 웨이드’ 판례에 의한 임신중지 허용 기간은 최장 24주로 해석됐기 때문에 거짓말로 자신의 입장 번복을 합리화한 셈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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