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늦더위에 블랙아웃?…13년 전 '대정전'도 9월에 발생[세쓸통]
태양광 이용률 10%p 줄면 예비력 3.1GW감소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열대야와 폭염을 견디느라 올해 여름 고생 참 많으셨습니다. 이제 9월 가을이니 지긋지긋한 무더위도, 냉방으로 인한 전기요금 걱정도 끝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이달에도 늦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기상청은 이달 첫째주 기온이 평년 대비 높을 확률이 60%, 그 다음주는 40%로 관측했습니다. 8월 만큼 덥지는 않겠지만 과거 가을철처럼 선선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번 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고온다습한 태풍까지 북상하면서 냉방 기기를 찾았던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실제로 냉방으로 인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 수준을 연이어 갈아 치웠거든요. 이런 상황이면 각 가정에선 전기요금 걱정이 컸겠지만요. 정부에선 여기에 고민이 또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냉방수요에 맞춰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죠. 이를 미리 예측하지 못해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면 자칫 블랙아웃(정전)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더위도 견디기 힘든 데 정전까지 발생하면 전국적으로 마비가 올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올해 여름 블랙아웃이 우려되는 아찔한 순간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동안 더워봤자 여름에 전력수요가 93.6GW(기가와트)를 넘어선 적이 없는데요. 올해 여름에는 이 기록만 5번을 경신했거든요.
다행히 블랙아웃 없는 여름을 보낼 수 있던 데에는 에너지 당국과 관계기관의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에너지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3주차부터 약 한 달을 비상대책 기간으로 설정하고 전력수급 조율에 돌입합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후 특성과 전력계통의 특이점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여름은 폭염에 장마, 태풍이 겹치면서 단기에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특징을 갖추는데요. 반대로 이런 기후가 태양광 가동을 막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 전력수급을 맞추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지난 26일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수급 계통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는 "지난 2주 간 역대 전력수요 1·2·3·5위가 나왔다. 4위는 지난 2022년 12월 겨울이다. 국내 전력 수급의 구조적 문제가 극명히 드러난 것"이라며 "여름철 전력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기후인데, 폭염이 시작될 때 국지성 호우도 집중돼 태양광이 다운되는 식"이라고 설명했죠.
이처럼 전력수요가 예측보다 늘어나면서 태양광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주면서 태양광을 확대하긴 했는데, 날이 흐리거나 태풍이 불어오면 태양광을 활용할 수 없거든요.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태양광 이용률은 전국 평균 22%에 그칩니다. 태풍 카눈에 영향을 받은 지난해(평균 29%)보다 낮은 수준이죠. 게다가 문제는 태양광 설비의 약 40%가 호남권에 집중됐다는 점에 있습니다. 호남지역에 구름이 드리우면 전국적으로 태양광 이용률이 급락하게 되죠.
올해 여름 전력수요가 예측치를 넘어섰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던 것은 예비력(공급능력과 전력수요 차이)을 갖췄기 때문인데요. 태양광 이용률이 10%포인트(p) 낮아지면 이 예비력이 3.1GW감소합니다. 기후 변수에 따라 전력수급을 맞추기 어렵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달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올해 가을에도 한동안 늦더위가 계속될 테니까요. 여름이 지났다고 방심하다 10여년 전 대정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국을 마비시킨 대정전도 13년 전인 2011년 9월에 발생했거든요. 안 장관도 "폭염이 지났으니 끝난 게 아니라 늦더위에 (정전이 발생할 수 있어) 지금부터 잘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죠.
산업부는 여름철 전력수요 집중관리 기간이 끝났지만, 9월 시작 전 재점검에 돌입했습니다. 안 장관은 지난 30일 전력거래소 경인전력관제센터를 찾았고요. 이달 1주차에 착수하려던 7개 발전기 정비를 1~2주 순연키로 했습니다. 부디 9월 늦더위는 빠르게 지나가면 좋겠네요.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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