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까지 뒤지던 송혜희 아빠…죽으면 대신 찾아달라 유언도”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 YTN 인터뷰

2016년 7월10일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 주최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송혜희양의 아버지 송길용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25년간 전국을 헤매다 세상을 떠난 고 송길용(71)씨에 대해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술·담배도 모두 끊고 무인도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니며 딸을 찾는 데 평생을 바친 최고의 아빠, 최고의 딸바보였다”고 돌이켰다.

나 회장은 지난달 31일 ‘와이티엔(YTN) 24’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송씨는 평소 농담처럼 ‘내가 먼저 죽게 되면 회장님이 우리 혜희 꼭 찾아주실 거죠?’라고 말하곤 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나에게 남기는 유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1999년 2월13일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둘째 딸 송혜희양이 실종된 뒤 전단으로 가득한 트럭을 몰고 전국을 돌아다닌 송씨는 곳곳에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며 길 위에서 살아왔다. 송씨는 얼마 전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해 시술을 받고 퇴원한 뒤 지난달 26일 트럭을 몰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미디어오늘’ 유튜브 영상 갈무리

나 회장은 “송씨와 2~3주에 한 번씩 식사하고 차를 마셨다”며 송씨와의 오랜 인연을 밝혔다. 그는 “송씨가 사망 하루 전 전화가 와서 펼침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걱정을 했다”며 “송씨는 펼침막과 전단 제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폐지와 폐품을 수거했고 전국을 다니며 (폐지를) 팔아 펼침막을 만들곤 했다”고 전했다. 송씨는 사망 직전까지 펼침막 제작을 의뢰했고, 나 회장은 이 업체로부터 송씨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끝으로 나 회장은 “전국의 실종자 가족분들은 하나같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숯검댕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다”며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잃어버린 자식을 생각하며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까 걱정을 하니까 마음 한편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