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석유·가스 업계, 해리스에 "에너지·기후 공약 명확히 밝혀라"
구체적인 에너지 및 기후변화 공약 제시 촉구
"美 모든 기업·가계에 영향…유권자 이해 개선 필요"
"바이든 에너지 정책 유지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석유·가스 업계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에너지 및 기후변화 공약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의 셰일 오일 혁명을 촉발한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지만, 여전히 그린에너지 전환 정책은 찬성하고 있어서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탐사·생산 위원회의 앤 브래드버리 의장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과거 발언이나 후원 법안, 입장 표명 등을 살펴보면 화석연료 및 석유·가스 산업에 매우 공격적으로 반대했다. 에너지 산업은 미국의 모든 기업과 가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산업인 만큼, 11월 유권자들이 차기 대통령을 선택할 때 관련 공약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석유협회의 마이클 솜머스 최고경영자(CEO)도 “조 바이든 정부의 규제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은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인지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기관 모두 미국 석유·가스 업계를 대변하는 로비단체로, 이들 발언은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9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승리하면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에 나왔다. 두 기관은 바이든 정부가 셰일 오일 굴착을 제한하는 가운데, 최근 유럽 및 아시아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기 위한 신규 공장 건설 승인을 중단한 것을 두고 “생산을 더욱 저해할 것”이라며 비판해 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까지만 해도 프래킹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친(親)환경·반(反)화석연료는 민주당은 물론 조 바이든 정부의 일관된 에너지 정책 기조여서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이를 지지해 왔다. 그런데 CNN 인터뷰에서 돌연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이에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 다수의 셰일 오일 업계 종사자들이 거주하고 있어 표심을 사기 위해 이같이 발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내 최대 셰일 오일 생산지 중 한 곳으로 7만 2000명이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인터뷰에서 “(친환경적인) 나의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프래킹 금지와 친환경 정책은 양립할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달라진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펜실베이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EQT의 토비 라이스 CEO는 “4년 전 해리스 부통령이 반프래킹 입장을 냈던 것을 무시하고 어떻게 최근에 시행된 LNG (공장 건설 승인) 중단을 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대조적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화석연료 정책을 펼치겠다고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에너지 가격이 높아진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때문”이라며 선거에서 승리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FT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기후변화와 관련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리서치업체인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은 “해리스 캠프는 (석유·가스) 생산자와 기후변화 활동가의 적대감을 피하기 위해 관련 문제를 완전히 피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래킹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가스를 분리해 내는 방식으로, 셰일 오일 혁명을 이끌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환경오염 논란과 함께 비판 및 반대 여론도 거세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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