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들썩이는 와중에 기준금리 곧 내린다는데...‘시한폭탄’ 가계빚 어쩌나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9. 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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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2년 넘게 잘 들려오지 않던 이야기가 요즘 들어 부쩍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바로 ‘집값 상승’ 소식이에요. 지난 2021년 말에서 2022년 상반기까지 급등했던 국내 주택값은 이후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최근 몇 달 사이에 다시 완연한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집값 하락 걱정은 확 사라지고, 집값 급등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된 거예요.

불과 몇 년 전에도 집값 급등이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던 만큼,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어요. 이달 들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8·8 부동산 대책을 공개했고, 지난주에는 집값 상승세를 고려한 대출 규제를 추가로 발표했죠.

DSR로 대출 조이는 정부
정부가 추가로 발표한 대출 규제는 다음 달(9월)부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인다는 내용이에요. 집을 살 때 아예 은행 대출을 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보통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죠. 은행에서 대출을 적게 해주면, 주택 구매 수요가 조금 줄어들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로 결정한 대책인 셈이에요.

정부가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 규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할 때 쓰는 ‘스트레스 금리’를 높이는 방식이에요. 일단 DSR은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대출을 할 때 적용받는 대표적 규제예요. 한 사람이 대출받을 때 모든 금융권 대출을 합쳐서 1년마다 갚아야 할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을 따져보는 걸 뜻하죠. 1년마다 갚을 모든 대출 원리금과 연 소득 비율을 ‘DSR’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국내에선 DSR이 40%를 넘길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1년 치를 합쳤을 때 연 소득의 40%를 넘기면 안 된다는 의미예요.

먼저 활용된 ‘스트레스 금리’
스트레스 금리는 금리가 변하는 대출(금리 변동형 대출)을 개인에게 해줄 때 미래의 금리 변동을 고려해서 조금 더 깐깐하게 DSR을 심사하는 제도라고 보면 돼요. 예를 들어 충분히 돈을 갚을 만한 고객이라고 판단하고 은행이 연 3% 금리로 대출을 해줬더라도, 몇 년 새 경제 상황이 급변해서 금리가 6%가 되는 경우엔 고객이 빚을 못 갚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DSR을 따질 때 현재 금리보다 조금 더 엄격한 기준(높은 금리)을 적용하는 게 ‘스트레스 DSR’ 제도예요. 미래에 올라갈 수도 있는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가정해서 계산하는 거죠. 이러면 대출 한도는 줄어들고요.

올해 2월부터는 실제 금리보다 스트레스 금리를 0.35%포인트 더하는 ‘스트레스 DSR 1단계’가 시행됐어요. 그리고 다음 달부턴 주택담보대출 심사 시 비수도권에서는 0.75%포인트, 수도권에선 1.20%포인트를 더해서 심사하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돼요. 원래는 지역에 상관없이 0.75%포인트만 더 하려고 했다가 수도권에서 집값 급등 조짐이 보이자,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하기로 한 거예요.

실제 대출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 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가 적용되면,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이 수도권 주택을 구매할 땐 변동형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이전보다 28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요. 연 소득이 1억원인 사람은 대출 한도가 수도권에서 5600만원, 지방에선 2600만원 줄어든다고 해요. 집을 구매할 때 수억 원씩 대출받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영향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주택 구매 수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에요.
정부가 수도권에 더 강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한 건,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예요. 부동산 시장 조사 담당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7월) 서울 주택 가격지수는 6월 대비 0.76% 상승해 5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 올랐어요. 실제로 서울에서는 선호도 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예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상승했어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소비자가 전망한 1년 후 집값을 조사해 수치화한 통계인데,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하락을 전망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에요. 이달 지수는 2021년 10월(1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요.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 빚
집값 상승을 예상한 사람들이 줄줄이 주택 구매에 나서면서, 주택 거래량은 확 늘어났어요. 지난해 4분기 13만 1000건이었던 주택 매매 거래량은 올해 1분기에 13만 9000건으로 조금 증가하더니, 2분기엔 17만 1000건까지 급증했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개인들(가계)이 진 빚은 확 늘어나고 있어요.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가계대출과 판매 신용(아직 갚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합친 가계 빚은 올해 2분기에 처음으로 1890조원 선을 넘어섰어요. 올해 1분기에는 작년 4분기보다 줄었었는데, 갑자기 14조원 가까이 늘어난 거예요.

당연히 가계 빚을 확 늘린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였어요. 올해 2분기 말 국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직전 분기보다 16조 원 늘어난 1092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어요. 1년 전과 비교하면 60조 9000억원이나 증가했어요.

정부는 앞서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과 9월부터 시작되는 스트레스 DSR 강화 조치에도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 빚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에요. DSR 규제를 더 강화할 수도 있고, 다른 규제를 마련할 수도 있죠.
쉽지 않은 집값 안정 대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당장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을 대체로 내놓고 있어요. 실제로 주택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에요.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 등 지역에선 수요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많이 나와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곧 시작될 전망인 점도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기에 어려운 요인으로 꼽혀요.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도 곧 금리가 내려갈 텐데,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대출을 조이는 건 완전히 반대로 가는 정책인 셈이니까요.

일단 한국은행도 집값 급등과 가계 빚 급증 우려에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미뤘어요. 물가는 충분히 안정세를 찾았고 이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내릴 때가 됐지만, 금리 인하가 대출을 쉽게 만들어 주택 가격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망설이는 모양새예요.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금리 인하로)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어요.

가격이 더 오를 거라며 주택 구매에 나서기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곧 기준금리 인하에 들어갈 세계 각국 중앙은행. 집값 급등세를 쉽게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은데요. 과연 정부의 대응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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