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뢰받은 작업 중 숨진 개인사업자···법원 “산재보험법상 근로자”
개인사업자일지라도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기업으로부터 작업을 의뢰받아 기업 측으로부터 작업에 관한 지휘·감독을 일하다가 사망했다면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개인사업자 유족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6월13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2년 12월 B씨는 한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은 학교 음악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피아노를 혼자 옮기던 중 피아노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B씨의 배우자 A씨는 B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했다. 그러나 공단은 지난해 3월 “B씨는 개인사업자로 기업 대표로부터 의뢰받은 작업을 수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받는 거래관계에 있으므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부지급 결정 처분을 했다.
A씨는 B씨가 개인사업자로서 수행하던 상품이나 물건 따위를 전문적으로 배달하는 용달 일이 아닌 음악실 내 집기를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다 사망에 이른 점 등을 들어 공단의 부지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가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점, B씨의 식대 및 업무 소요 비용 등을 기업이 부담한 점 등에 따라 B씨가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산재보험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B씨에게 일당 외 다른 경제적 이해관계 없이 B씨가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직접 지정하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고, B씨는 기업이 지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된 점 등을 근거로 “B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사업주로서 외관을 갖췄고, 기업의 취업규칙과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런 사정들은 사용자인 기업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B씨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기업이 경제적 이득을 제공했고, 개인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이윤을 창출한 것이 아니라면 개인사업자도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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