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태양, 영원한 판타스틱 베이비 [현장에서]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형 사랑해요!"
지난달 31일, 그룹 빅뱅 태양의 콘서트장 중간중간에 굵직한 목소리들이 메아리쳤다. 성비가 반반으로 채워진 객석에는 유독 남성 팬들의 함성이 뜨거웠다. 잠시 땀을 닦던 태양을 미소 짓게 한 것도 "형 보고 싶었어요"라던 한 남성팬의 우렁찬 고백이었다. 한때 스타디움 공연장을 꽉 채우며 전 세계를 누볐던 빅뱅의 메인보컬. 이날 쇼에 깜짝 등장했던 대성의 말처럼 "태양은 사리지지 않는" 그런 존재처럼 보였다. 이미 아이돌의 영역을 뛰어넘어 남녀 불문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노래를 누구나가 떼창하는 그런 존재다.
7년 만에 개최한 태양의 단독 콘서트 장엔 빈 좌석이 없었다. 티켓 오픈 5분 만에 양일 좌석이 모두 매진됐을 만큼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날 공연은 그리움의 현장이었다. 태양과 함께 목청껏 노래 부르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오래 묵혀둔 환희가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빅뱅의 노래를 부를 때면 공연장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크고 뜨거운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오프닝 곡은 그의 첫 솔로 앨범 'Hot(핫)'의 수록곡 '기도'였다. 타이틀이 아닌 수록곡으로 오프닝을 연 까닭은 이 노래의 피처링 때문으로 보였다. 'Hot'을 프로듀싱하기도 한 피처링 아티스트는 태양의 현 소속사(더블랙레이블) 대표 테디다. 테디와의 동행에서 처음 연 콘서트 오프닝을 통해 태양은 일종의 리스펙트를 보여줬다.
세트리스트는 친절하게 짰다. 자신의 솔로곡들과 빅뱅의 히트곡들을 골고루 선곡해 팬들의 그리움을 헤아렸다. 솔로곡 '눈, 코, 입', '나만 바라봐', '웨딩드레스', '링가 링가', 'I NEED A GIRL(아이 니드 어 걸)', 'VIBE(바이브)', '나의 마음에' 등 그를 실력파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시켜준 대표곡들이 오랜만에 라이브로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태양은 이 곡들을 부를 때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집중했다. 밴드 세션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더 크게 키웠고, 코러스는 최소한으로 썼다. MR 같은 백사운드도 없었다. 적나라한 태양의 날것의 목소리가 올림픽홀을 채웠고 그래서 울림을 더 크게 가져다줬다.
태양은 춤 실력도 아낌없이 보여줬다. 이 곡을 발표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 봐도 퍼포먼스가 고난이도인 'WHERE U AT(웨얼 유 엣)'을 전성기 때의 태를 고스란히 두른 채 폼 나게 소화했다. 태양은 이 곡을 라이브 한 후 숨을 헐떡이며 "라이브 한 지 15년도 더 된 곡"이라며 그가 지나온 세월을 실감하게 했다. 춤을 춘 김에 그는 최근 활동 중에 췄던 댄스 챌린지를 몇 곡 춰 보이기도 했다. 다이나믹 듀오의 'Smoke(스모크)'를 출 때는 전문 댄서 못지않은 무빙으로 객석을 열광하게 했다. 한솥밥 식구인 전소미의 'FAST FORWARD(패스트 포워드)'를 출 때는 실제 전소미가 등장했다. 전소미는 이날 게스트로 출연해 태양이 잠시 숨고를 시간을 주며 'FAST FORWARD'와 'ICE CREAM(아이스크림)'을 불렀다.
객석을 가장 뜨겁게 달군 건 대성의 등장이었다. 대성은 태양과 함께 '눈물뿐인 바보', 'BANG BANG BANG(뱅뱅뱅)', 'FANTASTIC BABT(판타스틱 베이비)', 'WE LIKE 2 PARTY(위 라이크 2 파티)' 등 빅뱅의 히트곡을 함께 불렀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이 노래들을 떼창하며 뛰어놀았다. 태양과 대성은 바로 어제도 함께 활동한 것처럼 호흡이 좋았다. 태양이 그루브한 창법으로 빅뱅 노래의 바이브를 살리면, 대성은 "큰 대에 소리 성"을 쓴다고 이날 했던 자기소개처럼 엄청난 성량으로 무대를 찢었다.
태양이 이날 마지막으로 부른 곡은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이었다. 솔로곡이 아닌 빅뱅 노래로 피날레를 장식한 건 의외였지만 그래서 감동이었다. 태양은 늘 팀을 중시하고 존중해온 멤버였다. 그리고 중심을 잡고 늘 따뜻하게 존재한 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봄'을 맡은 것도 다름 아닌 태양이었다. 태양은 7년 만의 공연에서 봄처럼 자신의 생명력을 틔우고 따뜻하게 빛났다. "형 사랑해요!"라는 한 팬의 외침은 이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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