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영끌' 계속된다…8월도 5대 은행 주담대 7조 원 넘게 증가

이강 기자 2024. 9. 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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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여도 좀처럼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짧아도 두세 달 안에 가계대출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문턱도 당분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오늘(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7조 735억 원으로, 7월 말(559조 7천501억 원)보다 7조 3천234억 원 불었습니다.

역대 월간 최대 증가 폭이었던 7월(+7조 5천975억 원)보다는 약 2천억 원 적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주요 은행들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택담보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의 강한 대출 억제 조치가 쏟아진 사실을 고려하면 두 달째 유례가 없는 급증세가 이어진 셈입니다.

더구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9월 1일)을 앞두고 30∼31일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렸다면, 8월 전체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8조 원 안팎으로 7월 기록을 경신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용대출도 29일 만에 8천202억 원(102조 6천68억 원→103조 4천270억 원) 늘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까지 최대한 끌어 쓰면서 3개월 만에 반등했습니다.

8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조 3천234억 원(715조 7천383억 원→724조 617억 원)으로, 2021년 4월(+9조 2천266억 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가계대출 역시 남은 영업일 이틀(30∼31일) 취급액까지 더해지면 9조 원대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2021년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0%대 기준금리(2020년 5월∼2021년 11월 0.5∼0.75%)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2%대에 불과해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한창이던 시기였는데 결국 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으로 투자) '광풍' 당시와 비교해 현재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빠르다는 뜻입니다.

은행권은 이런 가계대출 급증세가 당장 수개월 안에 급격히 꺾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거래 시점으로부터 약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되는데, 최근까지 주택 매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신고일 기준)는 1만 2천783건으로 6월보다 41%나 늘어 2년 11개월 만에 1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한은 관계자도 지난달 '2분기 가계신용' 발표 당시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3분기 들어 7월에도 가계부채가 2분기 수준으로 늘고 있어 관련 기관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출자 입장에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주택담보대출 만기 축소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입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줄어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식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장기간을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됩니다.

앞서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택담보대출 대출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일괄 축소하고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를 물건별 1억원으로 줄였습니다.

우리은행 역시 오는 9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같은 날 유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제한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국민은행은 이보다 먼저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안에서만 취급합니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중단됩니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달 26일부터 갭투자를 막는 취지에서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강 기자 lee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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