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된다고?…보고도 안 믿기는 노 밀가루 크루아상 레시피 [퇴근 후 부엌-라이스페이퍼]

2024. 9. 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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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부엌
술에 절어 해장국을 시켜만 먹다가 어느 날 집에서 소고기뭇국을 직접 끓여봤습니다. 그 맛에 반해 요리에 눈을 떴습니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지만 나를 위해 한 끼 제대로 차려먹으면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한 끼에 만 원이 훌쩍 넘는 식비에 이왕이면 집밥을 해먹어야겠다 결심이 섰습니다. 퇴근 후 ‘집밥러’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도 인류의 행복에 한층 더 공헌한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Brillat-Savarin)의 말처럼 요리만큼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까 합니다. 중동식 얇은 면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로 만든 두바이 초콜릿에 이어 최근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점령하고 있는 레시피는 라이스페이퍼입니다. 월남쌈을 먹을 때 따뜻한 물에 적셔 먹는 그 라이스페이퍼가 맞습니다.

[유튜브 캡처]

2~3년 전에는 라이스페이퍼로 만든 떡 레시피가 유행하더니 이번에 ‘라이스페이퍼 크루아상’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제로 키워드 분석 서비스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이달 유튜브에서 라이스페이퍼 관련 영상 콘텐츠 조회수는 전체 730만회로 전년 같은 기간 2만8171회보다 260배 뛰었습니다.

밀가루도 없이 종잇장 같은 라이스페이퍼가 어떻게 빵처럼 변하는지, 신통방통하니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따라 만든 게 시작이었습니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레시피는 아닙니다. 라이스페이퍼에는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인 글루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요, 이때문에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크루아상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세계 인구의 8.4%가 글루텐 관련 장애를 겪는다고 하니 요리 하나로 인류가 조금이나마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루아상 이외에도 라이스페이퍼는 만두, 부침개, 꿔바로우(찹쌀 탕수육) 등 레시피에 무궁무진하게 쓰일 수 있는 재료입니다. 오늘은 라이스페이퍼에 얽힌 이야기와 라이스페이퍼로 크루아상을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요리 썰]
[게티이미지뱅크]

라이스페이퍼는 베트남에서 온 식재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베트남어로 라이스페이퍼는 반짱(Bánh tráng)이라고 합니다. 반(Bánh)은 ‘전병’을, 짱(tráng)은 ‘얇게 펴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름처럼 라이스페이퍼를 만들 때 반죽을 얇게 펴는 게 핵심입니다. 반죽의 재료는 쌀가루인데 종종 타피오카나 옥수수 가루를 섞기도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라이스페이퍼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쌀가루를 물에 풀어 걸쭉하게 끓여낸 후 이 국물을 국자로 퍼 달궈진 팬에 붓습니다. 이때 최대한 얇고 고르게 익혀야 제대로 된 라이스페이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익힌 전병을 팬에서 잘 떼어내 대나무 발에 편 다음 햇빛에 말리면 우리가 아는 빳빳한 라이스페이퍼가 탄생합니다. 라이스 페이퍼를 자세히 보면 작은 무늬들이 있는데요, 이 무늬는 대나무 살이 라이스페이퍼에 찍혀 나타난 모양입니다.


만드는 방식을 살펴보면 중국의 ‘전병’을 만드는 모습과도 닮은 듯합니다. 실제로 라이스페이퍼는 중국의 ‘춘권’과 뿌리를 같이합니다. 기원전 2세기경 지금의 베트남에 중국 남부지역 농경민족이 이주해 자리를 잡았을 때 이 같은 요리법이 같이 넘어왔습니다.

[위키미디어커먼스]

1788년 베트남사에는 가장 칭송받는 왕 꽝쭝(Quang Trung) 대왕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라이스페이퍼가 등장합니다. 꽝쭝 대왕인 응우옌후에는 농민봉기를 일으켜 청나라, 태국 등 외세를 물리치고 200년 만에 베트남을 통일한 인물이죠. 그는 ‘기습전술의 귀재’였는데, 라이스페이퍼를 전투식량으로 활용하면서 청나라 군대를 물리쳤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내려오고 있습니다.


응우옌후에가 청나라 군대를 격파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18세기 베트남은 레 왕조가 통치하고 있었지만 부패한 관료들과 외세 침략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참다못한 지방 관리 출신인 응우옌후에와 형제들이 농민들과 함께 봉기를 일으켰고 나라 곳곳에서는 민심이 들끓었습니다. 왕위가 위태롭자 레 왕조의 마지막 왕은 외세의 힘을 빌리는 어리석음까지 범하고 맙니다. 그렇게 레 왕조는 청나라에 구원을 요청하고, 청나라 대군을 이끌고 베트남 북부를 쳐들어옵니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

베트남 중부와 남부를 장악한 응우옌후에는 이에 맞서 순식간에 군대를 소집했습니다. 그는 베트남 중부 다낭 인근 도시 후에에서부터 베트남 북부 하노이까지 단숨에 진격합니다. 며칠만에 진격했는지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하노이 탕롱의 청나라 병사들은 갑옷도 입지 못한 채 쓰러졌다고 합니다. 이때 응우옌후에 장군의 기습 전술의 비결로 ‘해먹’과 ‘라이스페이퍼’가 꼽힙니다.


응우옌후에는 해먹 하나 당 군인 3명을 군인으로 묶었습니다. 두 명이 해먹을 들고 한 명이 해먹에 누워 이동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차례로 해먹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동하는 군인들은 쉬는 시간 없이 밤낮을 행군할 수 있었습니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

또 라이스페이퍼를 병사들에게 배급해 불을 피워 요리하는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전쟁에서 불을 피울 경우 적군에게 발각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연기를 통해 멀리서도 군사들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취사 흔적으로 이동 경로가 발각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응우옌후에 장군은 병사들에게 고기 육포를 준비하게 했고 군인들이 마을을 지날 때에는 농민들이 길에서 야채를 모아왔습니다. 그는 물에 적신 라이스페이퍼에 고기, 야채를 넣고 만 롤 요리 ‘고이꾸온’을 만들어 군사식량으로 활용했습니다. 병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조리와 식사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죠.


20세기에도 라이스페이퍼는 전쟁에서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베트남전쟁에서 고이꾸온은 베트남군이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기습 전투뿐 아니라 장기전에서도 유용한 군사 식량이었기 때문이죠. 라이스페이퍼는 잘 상하지 않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베트남군에 다량의 라이스페이퍼가 공급됐고 게릴라들은 산에서 숨어 지내면서 산에서 나는 나물과 채소를 싸서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어떻게 밀가루 없이 라이스페이퍼로만 크루아상을 만들까 의문이 들겠지만 사실 원리는 똑같습니다. 크루아상은 버터와 빵 반죽을 잘 포개어 층층히 겹을 쌓는 게 관건입니다. 이 겹겹의 층은 라이스페이퍼를 여러 장 겹쳐서 말면 똑같이 재현할 수 있습니다. 또 빵처럼 부풀게 하기 위해서는 베이킹파우더가 필요합니다. 베이킹파우더는 액체와 만나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부풀게 합니다. 굳이 밀가루 반죽이 아니어도 액체가 닿기만 하면 반응인 일어나죠. 이 때문에 계란물이 묻은 라이스페이퍼가 빵처럼 부푸는 것입니다.

▶재료: 라이스페이퍼 5장, 계란 2~3개, 버터 20g, 우유 3T, 베이킹소다 1/2t, 소금 1t, 설탕 또는 알룰로스 3T,

1. 실온에 놔둔 계란을 풀어줍니다. 녹인 버터와 우유, 소금, 설탕,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계란 물과 섞습니다. 이 때 계란이 차가우면 버터가 굳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베이킹파우더가 덩어리지지 않게 저어줍니다.

2. 라이스페이퍼를 계란물에 한 장씩 적신 뒤 5장을 포개어줍니다.

3. 겹친 라이스페이퍼를 3등분한 뒤, 두 조각은 겹쳐둔 뒤에 그 위에 나머지 조각을 가로로 놓고 돌돌 말아줍니다.

4. 에어프라이기에 180도로 15분간 굽습니다.

라이스페이퍼로 만들었는데도 반죽을 구울 때부터 크루아상처럼 고소한 냄새가 났습니다. 겉은 바싹 구워져 크루아상의 바삭한 식감과 비슷하면서도 안쪽은 쫄깃쫄깃합니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가 함유되어 있어서 그런지 맛은 깨찰빵에 가깝습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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