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식 파괴적 혁신이 파괴한 것들 [視리즈]

김다린 기자 2024. 9. 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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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탐구생활 대학생 기사취조단
더스쿠프-가톨릭대 공동기획
視리즈 ESG의 이해와 전망❻
넷플릭스 두번째 파문 세금
막대한 이익에도 쥐꼬리 법인세
과세당국 세금추징엔 불복소송
SKB와는 망 사용료 분쟁 벌여
헐리우드선 고개 숙였던 넷플
이해관계자 입장 귀 기울여야

넷플릭스엔 '파괴적 혁신'이란 수식이 따라다닙니다. 전세계인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선 불편한 부작용이 적지 않게 발생했습니다. 콘텐츠 제작 생태계가 넷플릭스에 종속되고 있는 게 대표적입니다. 장사를 쏠쏠하게 했는데도 터무니없이 낮은 법인세를 부담하거나, 막대한 트래픽 부담을 떠넘기는 사례도 문제입니다. 대학생 기사취조단 6막 넷플릭스 파문 두번째 편입니다.

[※참고 : 더스쿠프 취재진은 2024년 1학기 가톨릭대에서 진행한 클래스 'ESG의 이해와 전망(김승균 교수)'의 멘토로 참여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그 여섯번째 편이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SK그룹과 갈등을 벌였다.[사진=뉴시스]

우리는 1편에서 넷플릭스에 종속되고 있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그림자를 살펴봤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콘텐츠 제작사 사이에서 '넷플릭스 줄서기'가 굳어진 건 사실인 듯합니다. 문제는 이런 줄서기가 지금보다 심해지면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넷플릭스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겁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자리 잡으면서 일으킨 '첫번째 파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습니다.

■ 넷플릭스 파문❷ 세금 = 하지만 넷플릭스가 불러온 '파문'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과세 시스템'도 건드렸습니다. 넷플릭스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줄서기'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파문이라면, '세금 문제'는 당장의 문제입니다.

먼저 넷플릭스 한국법인이 지난해 거둔 실적을 보실까요? 일단 매출은 8233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법인은 국내 회원에게 멤버십 상품을 홍보하고 재판매하는 넷플릭스 그룹의 자회사로 대리점 역할을 합니다. 결국 매출은 한국에서 거둔 구독료 수입이란 얘기죠.

이번엔 영업이익을 볼까요. 매출에 견줘 무척이나 적습니다. 120억원으로, 이익률을 따지면 1.5%에 불과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이 구독료 수입의 80% 이상을 본사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언급했듯, 이 법인은 대리점입니다. 글로벌 넷플릭스 본사와 유통계약(Distribution Agreement)을 맺고 구독료를 대신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매출의 80.7%인 6644억원을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보냈습니다.

남는 돈으론 콘텐츠 마케팅과 한국 법인 인건비를 따로 부담해야 하니, 애초에 이익을 많이 낼 수 없는 구조인 셈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순이익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법인세도 많이 내지 않았습니다. 구독료 수입의 0.4% 수준인 36억1754만원에 그쳤습니다.

이런 방식이 법규상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건전한 상식에는 어긋납니다. 그게 누구든 번 만큼 세금을 내는 게 원칙이니까요. 그래서 국세청이 나섰습니다. 2021년 서울지방국세청은 넷플릭스가 벌어들인 돈에 비해 세액이 적다며 세무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800억원을 추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 추징에 불복해 조세불복심판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780억원 과세가 적법하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지만, 이 결정에도 불복한 넷플릭스는 후속 절차인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넷플릭스 파문❸ 망 사용료 = 넷플릭스가 일으킨 세번째 파문은 '망 사용료'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문제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소송까지 벌여야 했습니다.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재정신청을 내면서 사건은 시작됐습니다. 망 사용료는 쉽게 말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CP)가 트래픽(데이터 전송량)만큼 통신사에 내는 돈을 말합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보려면 상당한 트래픽이 발생하고, SK브로드밴드는 이를 감당하기 위해 망 증설과 인프라 유지에 비용을 쏟는 상황인데, "정작 넷플릭스가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중재를 거부하고 "우린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1차 소송 결과,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었고 넷플릭스는 항소로 맞섰습니다. 장기전 양상을 보인 갈등은 올해 초 두 회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서로 소송을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는데요.

다툼은 멈췄지만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건 아니었습니다. 최근 국회가 망 무임승차방지 법안을 발의하면서 망사용료 부과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현재 국회가 논의하는 법안의 이름은 망이용계약 공정화법입니다.

글로벌 CP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간 자율적 망 이용계약은 보장하되, 차별적 조건을 부과하거나 계약체결을 부당하게 지연ㆍ거부 또는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걸 금지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대상은 지난해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평균 국내 이용자수가 100만명 이상이며 일평균 국내 전체 트래픽 발생량(국내 정보통신망)의 1% 이상인 경우입니다. 현재 기준으론 넷플릭스와 더불어 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 5개사가 해당합니다.

아울러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규제 의지를 밝혔습니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망 사용료 규율 체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다만 넷플릭스가 순순히 망 사용료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급 요구가 '이중 청구'라는 입장입니다.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접속하는 데 비용을 내고 있는데, 왜 자신들이 또 내야 하냐는 식이죠. 규제가 구체화할수록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 고개 숙일 줄 알지만 한국에선… = 제작업계 수익 배분 문제, 세금 회피 문제, 망 사용료 갈등…. 이렇듯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여러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갈등이 벌어졌지만, 태도를 바꾸거나 전향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만큼 넷플릭스가 가진 위상과 브랜드 파워가 대단하단 뜻일 겁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본사가 있는 미국에선 다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첫번째 편에서 언급했던 제작 생태계의 '수익 분배 불공정' 문제가 공론화했습니다. 지난해 5월 할리우드 작가들이 펜을 내려놨고, 7월엔 배우들이 가담했습니다.

이들이 파업을 벌인 이유는 글로벌 OTT 시대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구체적으론 작품의 지식재산권(IP)이 넷플릭스 등 OTT에 넘어가면서 시청자들이 작품을 다시 볼 때마다 지급되던 '재상영분배금'이 없어졌으니, 이를 되찾아달란 거였습니다.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파업을 벌여 승리했다.[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성과를 제대로 공유하려면 콘텐츠가 얼마나 흥행했는지도 알아야 했는데, 넷플릭스는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파업이 5개월가량 이어진 뒤에야 넷플릭스가 백기를 들었습니다. 흥행 지표도 공개하기로 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재상영분배금도 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이 한국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로입니다. 여전히 글로벌 시청자가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보든 한국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세금이나 망 사용료 같은 다른 이슈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넷플릭스가 파괴적 혁신으로 고객에게 엄청난 가치를 창조한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윈윈하는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추구해 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동시에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막대한 사회적 갈등 비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한국에선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군림하고 있으니 얽혀있는 이해관계자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언제쯤 이들의 고충을 귀 기울여 들을까요?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이우림 사회학과 학생
dnfla48@naver.com

이진민 국제학부 학생
elr8955@naver.com

정초빈 경영학과 학생
chobeen0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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