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수에 연연 않고 2박3일 현장평가…"IBS 연구단평가, 한국 과학에 중요한 의미"

이채린 기자 2024. 9. 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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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성과평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왼쪽부터) 김도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와 임지순 울산대 교수. 이채린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평가에는 서면평가부터 발표평가, 전문가평가, 토론평가 등이 포함된 현장평가가 빠지지 않습니다. 현장평가는 2박3일간 진행하는데 이 점만으로도 국내 어떤 연구기관 평가보다 철두철미한 깐깐한 평가를 하는 겁니다."

지난달 7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사이언스 본사에서 만난 김도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가 IBS 성과평가 과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IBS 성과평가에 참여한 김 교수와 세계적 고체물리학자 임지순 울산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IBS는 2011년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국내 과학계의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IBS는 연구단을 대표하는 단장을 중심으로 연구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장한다. 또 평가위원회가 연구단이 논문을 몇 편 펴냈는지가 아닌 과학적인 잠재력이 얼마나 되는지 '정성평가'를 진행한다. 

그만큼 평가도 엄정하다. 연구단 착수 5년 후 첫 성과 평가를 하고 이후 3년 단위로 평가를 실시한다. 임 교수는 "연구단별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이때 연구단과 연구분야는 같지만 이해관계가 없는 외국인 석학을 50% 이상 채운다"면서 "국내 진행되는 모든 (연구소) 평가 중에서 가장 깊이 있다"고 설명했다. 

IBS 성과평가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현장평가다. 지난 7월에는 수원 성균관대 N센터에서 IBS 29개 연구단 중 하나인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의 현장평가가 진행됐다. 현장평가에는 연구단 구성원들이 성과를 발표하고 평가위원회와 인터뷰를 4시간 동안 진행하는 순서도 있다. 평가위원회는 연구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연구단으로부터 어떤 동기부여를 받는지, 다른 연구원들과 어떻게 협력하는지 등을 묻는다. 이 자리에는 단장과 부단장은 들어갈 수 없다. 

임 교수와 김 교수는 이같은 순서가 "IBS 성과평가에서 공동연구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도 주요 평가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연구단 연구원들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지, 어떻게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지 등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노벨상 등 세계적인 연구결과들이 최근 대부분 공동연구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사이언스 본사에서 만난 (왼쪽부터) 김 교수와 임 교수. 이채린 기자

임 교수는 "연구단의 수월성을 평가한다는 의미는 IBS 연구단이 해당 분야의 국제적인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만큼 뛰어난지 본다는 것"이라면서 "연구단이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해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만큼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이라는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IBS의 성과평과가 한국의 과학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 수, 특허 수 등 양적 평가 기준에 과학자들이 매달리다보면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IBS도 애초에 이같은 평가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세계 석학들의 정성 평가로 진행되는 IBS 평가과정을 마련했다.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는 이후 IBS 연구단선정평가위원회(SEC)로 넘어간다. SEC 위원장은 공정성 보장을 위해 반드시 외국인 석학이 맡는다. SEC는 무기명 투표 등 종합심의를 거쳐 등급 결과를 확정해 발표한다. 결과를 보고받은 IBS 원장은 등급에 따라 연구단을 조정한다. 종료 수순을 밟는 연구단도 있다. 이에 임 교수는 "엄정한 결과와 조치에 속상한 연구원도 나올 수 있다"라면서도 "큰 예산을 받는 만큼 엄격하고 평가를 해야 공정성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구단의 성과가 더 높아지도록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1년마다 연구단 분야별로 소위원회를 만들어서 소위원회에서 각 연구단이 한 해동안 어떤 일을 해오고 있는지, 계획 등을 서로 설명하는 시간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며 "새로운 방향의 연구를 시작하거나 IBS만이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연구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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