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모바일 시대에 웬 흑백 화면…도대체 누가 쓸까
작문 몰입 낮추는 인터넷 연결도 안 돼
미국의 한 기업이 손바닥보다 작은 흑백 화면에 글씨만 보이도록 만든 독특한 휴대장치를 개발했다. 동영상도 볼 수 없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는 이 기기의 목적은 오로지 작문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최근 전자·통신 기술의 흐름에 역행하는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이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미국 인터넷 판매 시장에는 제조사와 같은 이름을 가진 BYOK라는 특이한 휴대용 단말기가 출시됐다.
BYOK는 대략 휴대전화와 크기가 비슷하다. 가로 16.5㎝, 세로 8㎝, 두께 4㎝다. 독특한 것은 BYOK 화면은 흑백 액정표시장치(LCD)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오로지 글씨만 화면에 띄울 수 있다. 일반적인 공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다.
글씨는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를 사용해 입력한다. 사용자에게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글자 개수도 많지 않다. 최대 6줄이다. 동영상 재생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BYOK에서는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없다. 브라우저 등 기본적인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지 않다. 최근 새로 출시된 모바일 기기에서 이런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사용자는 작업 도중 외부 정보를 찾을 수 없고, 사용자가 만든 정보를 내보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BYOK가 출시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단점처럼 보이는 특징이 다른 관점에서는 장점이어서다.
제조사는 “정돈된 흑백 화면과 적은 개수의 글씨만 노출하는 화면 디자인이 사용자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며 “눈이 편안해져 긴 글을 편하게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이 실행되지 않는 것 또한 작문을 위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다. 노트북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면 글쓰기 작업 도중 인터넷에 무의식적으로 접근해 e메일을 열어보거나 검색을 하는 일이 잦은데, 아예 그런 가능성을 잘라 버리는 것이 BYOK의 판매 전략이다.
저장 용량은 16메가바이트(MB)다. 작성한 글을 케이블에 연결해 외부 컴퓨터로 옮길 수 있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전송하는 일도 가능하다.
BYOK는 장시간 쓸 수 있다. 오로지 글씨만 보여주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먹을 일 자체가 없다. 최대 20시간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격은 180달러(약 24만원)다.
제조사는 “주요 고객은 작가나 언론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쓰기에 몰입하기를 원하는 연구자나 학생들도 고객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요한’ 글쓰기 환경을 제공하는 이번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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